현장에서

[현장에서] 타인을 향한 시선 / 이주연 기자

이주연 기자
입력일 2021-11-16 수정일 2021-11-16 발행일 2021-11-21 제 3270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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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을 극복하고 평화를 이룩하십시오.’ 이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2016년 제49차 평화의 날을 맞아 발표한 담화 제목이다. 이 담화에서 교황은 「복음의 기쁨」을 통해서도 제기한 ‘무관심의 세계화’(globalization of indifference) 현상을 짚었다. 그 무관심의 태도는 ‘다른 이를 배려하지 않으려고 마음을 닫아버리고 주변을 둘러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고 타인의 문제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회피하는’ 것이다.

지난 한 주 여러 취재 현장을 다니며 교황의 이 발언을 떠올렸다. 담화 내용처럼 결국 신앙인들이 그리스도를 따르려 옮기는 사랑과 나눔, 생명의 발걸음은 이 무관심을 거두는 데서 시작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코로나19의 확산세 속에서 온라인을 자구책으로 마련한 생명학교의 수료자들, 성서 주간을 맞아 말씀을 삶의 지침으로 삼기 위해 고민하는 질문들, 또 건물의 외연을 갖추고 이제 지역 복음화에 박차를 가하려는 한 본당의 다짐을 보며 타인을 향한 노력과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세계 가난한 이의 날을 지낸 우리는 성서 주간을 맞고 있다. 말씀을 읽고 묵상하는 것은 계명으로 남기신 예수님 사랑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며 살기 위한 몸짓이 아닐까. 아마도 이는 이웃과 세상에 대한 무관심을 관심의 시선으로 돌리는 실마리일 것이다. 몇 년 전 신구약 통독과 완필을 합산해 100회를 넘긴 분을 인터뷰한 적 있다. ‘말씀’을 접하는 시간 속에서 감사하는 마음과 이웃을 향한 사랑의 시선이 저절로 배었다는 그분 말이 기억난다. “성경에서 예수님이 ‘사랑’, ‘사랑’ 강조하시는데 어떻게 사람을 미워하고 가난한 이들을 나 몰라라 하겠어요.”

이주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