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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사제 삶의 행복 / 강버들 신부

강버들 신부(요당리성지 전담)
입력일 2021-11-24 수정일 2021-11-25 발행일 2021-11-28 제 3271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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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사제로서 삶을 살아가면서 행복할 때는 언제이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부님들마다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먼저 미사 때 신자들이 많이 자리를 메우고 있으면 왠지 기분이 좋습니다.

평일미사이건 주일미사이건 많은 신자들로 성당이 꽉 차고 기도 소리도 크고 성가 소리도 클 때 왠지 모를 경건함이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하느님을 만나러 오신 많은 신자들을 바라보며 이들에게 ‘제때 양식을 공급할’ 책임을 맡겨주신 하느님 생각에 책임감을 느끼며 동시에 하느님 잔치의 풍요로움에 기분이 좋아집니다. 여기서의 양식은 영적인 양식입니다.

둘째는 강론 준비가 잘 되었을 때입니다.

많은 분들이 강론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미사성제 안에서 강론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강론을 준비할 때면 왠지 모를 사명감 같은 것이 생겨서 ‘더 잘 써야지’하는 욕심이 생기곤 합니다. 지금은 이러한 욕심을 버리고 성실하게 준비하는 것에만 마음을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먼저 미사 독서와 복음을 읽고, 주석서를 보고, 마음에 와 닿은 말씀을 묵상하고, 묵상한 내용을 정리합니다. 이 과정에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마침내 하얀 A4 용지 한 장에 검은색 글자들이 충실하게 적혀서 프린터에서 따끈하게 글씨가 인쇄돼 나오면 뿌듯함과 함께 보람을 느낍니다.

셋째는 교우들과 친교의 시간을 나눌 때입니다.

사제가 되겠다는 결심 이후, 신학생 시절부터 부제, 사제로서의 삶을 여러 소임지에서 살다 보면 알게 되는 많은 교우들이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사제들에게 보내주신 사람들입니다. 친한 신자들과 사제였기에 만나게 된 사람들과 사는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세상 물정도 알고 이들의 기쁨과 고민도 듣게 됩니다. 함께 식사도 하고 카페에 가서 커피도 마시면서 이들과 나누는 친교는 사제생활을 기쁘고 즐겁게 해줍니다. 혼자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역시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기도하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입니다.

강론을 위해 미사 성경 말씀을 묵상하다 보면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하게 됩니다. 내가 하느님 앞에서 어떤 사람인지, 그동안 어떻게 생활해왔는지를 자연스럽게 묵상하게 됩니다. 이는 자신의 발전과 성장에도 큰 도움을 주는 기도입니다.

성모님께 바치는 묵주기도를 마쳤을 때, 성무일도 시간경 기도들을 제때에 바쳤을 때 기도를 바쳤다는 뿌듯함과 함께 기분이 편안해집니다.

내가 하느님 안에 있음을 확인하고 하느님과 함께 앞으로의 시간을 힘 있게 살아간다는 느낌은 평화를 가져다줍니다. 무엇보다 소중한 사제 삶의 행복입니다.

강버들 신부(요당리성지 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