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47. 복음과 사회교리 "예수님께서는 빵을 손에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셨다”(요한 6,11)

입력일 2021-12-08 수정일 2021-12-08 발행일 2021-12-12 제 3273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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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사회교리」 325항)
재화는 나누고 감사할 때 축복이 된다
재화는 양식이자 생존의 문제
나눔과 감사라는 질서 없이는
무분별한 애착과 이기심으로
갈등과 분쟁의 장으로 남게 돼

2020년 10월 22일 수원교구 해외선교지행 컨테이너 앞에서 안태선씨가 유주성 신부에게 마스크 1만 장을 전달하고 있다. 수원교구 홍보국 제공

“그리스도를 따르는 것 그것은 결국 그리스도가 우리를 지극한 사랑으로 사랑하였듯이 우리가 서로 참으로 사랑하는 것입니다. 참으로 서로 위하고 서로 돕는 것입니다. 서로 잘못을 용서하고 서로의 짐과 서로 가진 것을 나누며 그분처럼 서로를 형제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자기희생의 고통이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좋은 일에는 고통과 희생이 반드시 전제됩니다.”(고(故) 김수환 추기경 「참으로 사람답게 살기 위하여」 중)

■ 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십니다!

간혹 본당 어린이·청소년 담당 신부님들의 사목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습니다. 대개 훈훈한 소식이 많은데 골자는 빠듯한 살림 속에서도 아이들을 잘 먹이고 풍족한 기쁨을 나눴다는 얘기입니다. 봉사자들과 함께 고생하며 얻은 행사 수입이나 어렵게 조성한 기금, 주임신부님이나 은인들의 도움, 혹은 보좌신부님의 사재를 통해서 아이들이 맛있는 간식도 먹고 서로 기쁨을 나눴다는 소식은 참으로 따스합니다.

먹을 것이 귀했던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함께 음식을 나누는 것은 서로 친교를 나누는 중요한 자리이지요. 또한 연말연시와 성탄이 다가오면 어려운 이웃을 기억하며 봉사나 나눔을 실천하는 자리도 있게 마련인데 이 또한 매우 뜻깊습니다. 사랑이 있는 곳에 하느님이 계시다는 말처럼 나눔과 봉사로 따스한 사랑이 피어나고, 이를 통해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성탄도 그런 따스함이 많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코로나19 때문에 그렇게 되지 못할까 우려도 되는군요. 게다가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많으니 이 또한 걱정됩니다.

■ 없어도 문제, 많아도 문제

빵에 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요? 예나 지금이나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바로 빵이었습니다. 지금도 빵은 일용할 양식이자, 생존의 문제이며 모든 이들에게 절박하게 필요한 실질적 요구입니다. 가난으로 고통받는 이웃들에게는 더욱 그러하며, 빵 때문에 인간다운 삶을 상실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 5000명을 먹이셨다는 기적 이야기는 이 놀라운 일을 통해 당신이 하느님의 아드님이시라는 사실을 드러내는 동시에 그들의 겪는 실제적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으셨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물론 이와 반대의 상황도 많았습니다. 바로 물신주의가 그것입니다. 수천 년 역사가 말해 주듯 풍요와 다산이라는 미명 아래 하느님이 아닌 우상이 섬겨져 왔고, 예수님께서 빵의 기적을 보여 주셨을 때 사람들은 하느님이 아닌 빵만을 찾았습니다.(요한 6,26 참조) 또한 예수님께서는 여러 기회를 통해 재물이 끼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을 언급하셨고(마태 19,24), 루카복음은 어리석은 부자가 종말의 날에 심판받는 장면을 묘사합니다.(루카 16,19-31)

■ 나눔과 감사라는 질서

결국에 빵이 필요한 이들에게 그것이 주어지지 못함도 문제이고, 빵이 너무 많아서 하느님을 잊는 상황도 문제입니다. 그래서 여기에는 어떤 질서가 필요합니다. 바로 나눔과 감사라는 하느님께서 주신 질서입니다. 그럴 때 재물에 대한 무분별한 애착과 이기적인 마음, 누군가를 증오하는 미움이 만들어 내는 불행에서 벗어납니다. 누구에게나 필요하고 먹고 살고 죽고 사는 문제가 빵이지만, 감사와 나눔이 수반되지 않으면 갈등과 분쟁의 장으로만 남습니다.

하지만 나누고 감사할 때 빵은 행복의 원천이 되고, 하느님을 찬미하게 합니다. 「간추린 사회교리」는 재화에 대한 보편적 가치와 그 선용, 나눔을 강조합니다.(182, 325, 329항) 또한 하느님의 말씀과 가르침, 현존에 대한 신뢰 속에서 재화는 선물과 축복이 됩니다. 현실에 산적한 빈곤의 문제가 하루아침에 해결되긴 어렵지만, 이웃을 형제로 대하고, 내 것을 나누는 작은 사랑의 실천을 통해 바로 당장 따스함과 사랑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세상으로의 변화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예수님께서는 구약 전승 전체를 경제적 재화와 부, 가난과 관련하여 다루시며, 그러한 것들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시고 완성시키신다. 예수님께서는 성령의 선물과 마음의 회개를 통하여, 정의와 형제애, 연대와 나눔 안에서 새로운 방식의 사회생활이 이루어질 수 있는 ‘하느님 나라’를 세우러 오신다.”(「간추린 사회교리」 325항)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