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48. 복음과 사회교리 ‘예수님께서는 일어나 외딴곳으로 나가시어 그곳에서 기도하셨다.’(마르 1,35)

입력일 2021-12-14 수정일 2021-12-22 발행일 2021-12-19 제 3274호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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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추린 사회교리」545항)
탈종교화 현상 짙어지는 세태
세상 속 빛과 소금 역할하는
진정한 종교의 모습 요구돼
참회·쇄신으로 영성 회복해야

베드로: 서울대교구에 새 교구장님이 탄생하셨대요?

마리아: 가르멜 수도회 소속 대주교님이셔!

바오로: 저는 유튜브로 착좌미사 강론을 들었는데 젊은이들과 함께하는 교회를 만들어 가신대요!

스텔라: 영성과 쇄신도 강조하셨어!

라파엘: 너무 기대가 돼요. 생각만 해도 기쁘고 설레요!

이 신부: 우리 모두 새 교구장님을 잘 도와 드리도록 해요!

■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지난 12월 8일은 한국교회의 주보성인이신 원죄 없이 잉태되신 복되신 동정 마리아 대축일이었고 동시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르멜 수도회 출신 정순택(베드로) 대주교님이 서울대교구 제14대 교구장님으로 착좌하신 날이었습니다. 취임미사 강론을 통해 대주교님께서는 ‘영성, 젊은이와 동반, 교회 쇄신’을 강조하셨습니다. 영성이란 치유하고 해방시키며 생명과 평화로 채워 주는 하느님의 힘이며 교회공동체는 이런 영성적인 삶을 깊게 하는 데 함께 힘을 모아야 하고, 현재와 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관심과 사랑을 갖고 동반할 것이며, 쇄신하고 변화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또한 2030년대를 향해 가며 세상과 사회가 요구하는 교회상은 무엇이며 우리 교회는 어떻게 응답해야 할 것인지 함께 기도하면서 모색하고 고민하고 찾아가야 하는 숙제가 신앙인에게는 있으며, 200여 년 전 우리 신앙의 선조들께서 피흘려 증거하신 신앙을 우리 시대에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증거해야 하는지, 어떤 모습으로 교회는 세상의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교회 구성원 모두와 함께 고민하고 나눠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 치유와 회복의 길인 영성과 쇄신

여러 다양한 의제들 속에서도 영성과 쇄신을 언급하신 것은 매우 각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성령강림 이후 2000여 년 동안 가톨릭교회를 지탱해 온 힘이 바로 영성과 쇄신이기 때문입니다. 영성이란 하느님과 함께할 때 얻는 생명이며 교회 힘의 원천이고, 신앙공동체가 세상에 선사하는 특별하고 값진 선물입니다. 또한 쇄신은 가장 중요한 본질을 회복하려는 노력이며 그 본질은 바로 영성이기도 합니다.

교회의 오랜 역사에서 쇄신은 공동체를 정화하는 방법이었고,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교회는 거룩하면서도 정화돼야 하고 끊임없이 참회와 쇄신을 추구한다”고 선포합니다.(「교회헌장」 8항) 오늘날 시대의 어려움은 한마디로 물질만능주의, 물질적 번영과 외모지상주의, 그로 인한 영성과 사랑의 부재라고 언급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연스레 이기적 욕심과 각자도생이라는 극단적 이념이 들어서고 이웃사랑과 친교가 약화되고, 아프고 병든 사회가 돼 가고 있습니다. 세상이 탈종교화 돼 간다는 조심스런 관측 속에서 교회공동체 역시 그런 유혹에 직면해 있고, 스스로 쇄신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정순택 대주교님의 말씀은 지금 이 세상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돌아보게 하고 교회와 세상이 다 함께 건강해지기 위한 치유와 회복의 길이기도 합니다.

■ 세상의 빛과 소금

가톨릭교회는 사람과 세상의 평화를 지향합니다. 그것은 외적으로 번영을 구가하고 재물만을 추구하는 평화가 아니라 서로 돌보고 사랑하며 하느님과 함께 사는 평화입니다. 한국사회는 너무나 풍요로운 사회를 구현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인 풍요, 물질의 혜택, 문명의 편리함에 반해 가치와 도덕, 영성과 신앙, 거기에서 맺어지는 관심과 사랑, 나눔과 돌봄의 행위는 너무나 부족합니다.

탈종교화라는 세태는 빛과 소금이라는 진정한 종교의 모습을 절실히 간구하는 역설적 표현입니다. 가톨릭 사회교리는 그런 건강한 사회를 위해 영성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언급합니다. 그런 영성이 뒷받침될 때 사람과 세상은 건강해지고 평화로워진다고 강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545-546항) 하느님께 대한 믿음, 우리가 하느님을 닮아가려는 마음, 기도하고 나누고 사랑하려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요청됩니다. 정순택 대주교님의 거룩한 지향이 이 시대에 교회공동체를 통해 이뤄지길 소망하고 기도합시다.

“영성은 예수님의 성령을 따라 세상을 건설하게 하며, 사람들이 역사와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도 역사를 초월해 볼 수 있게 하고, 자기 형제자매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하느님께 대한 열정적 사랑을 기르게 하며, 주님께서 그들을 바라보시듯 그들을 바라보고 주님께서 그들을 사랑하시듯 그들을 사랑할 수 있게 해 준다.(「간추린 사회교리」545항)

이주형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