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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22)아이에게 미사 참례를 강요하는 게 맞을까요?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2-01-12 수정일 2022-01-12 발행일 2022-01-16 제 3278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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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 안에서 만나는 예수님 통해
하느님 사랑 깨닫게 하기 위해
주일미사 참례 의무 강조하는 것
 
본질 아닌 형식이나 의무 강조하면
사랑의 이끄심 느끼지 못할 수 있어
기쁨 안에서 주님 만나도록 도와야

“최근 아이와 신앙생활과 관련해서 갈등을 빚는 일이 몇 번 있었어요. 친구들 생일잔치에 빠지더라도 미사참례는 꼭 하던 아이였는데… 얼마 전 아이가 주일미사에 빠지면 왜 안 되는지, 그게 고해성사까지 볼 죄인지 강한 불만을 표시하더라고요. 신자로서의 의무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줘야 할 것 같은데, 한편으로는 자꾸 강요하는 것 같아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부모의 좋은 의도와는 다르게 부모의 가르침이 자녀가 사랑의 하느님을 알고 느끼도록 하는 것을 방해하는 일이 가정 안에서 종종 일어나곤 합니다. 특별히 신자 생활의 의무를 알려주는 과정에서 그렇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지금 당장 알려주지 않으면 자녀가 교회 가르침을 모르고 지나가거나, 지키지 않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될까봐 염려스러운 마음이 들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의무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편한 마음도 있습니다. 이러한 내적 갈등은 신자의 의무와 교회의 가르침을 왜 지켜야 하는지에 대해 부모 자신조차 혼란스럽기 때문에 생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이에 관해 「가톨릭교회 교리서」의 서문은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교리와 그 교육은 모두 끝없는 ‘사랑’을 향해야 한다. 믿고, 바라고, 꼭 해야 할 것을 가르쳐야 하지만, 무엇보다도 늘 우리 주님의 사랑이 드러나게 해야 한다. 그리하여 모든 이가 그리스도인 완덕의 근원이 ‘사랑’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고 그 목적도 ‘사랑’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하여야 한다.”(25항)

그렇습니다. 자녀에게 신자의 의무를 강조하고 교회의 가르침을 알려주는 것은 바로 자녀가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세상 안에서 그 사랑을 살아가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만약 이 목적을 잃고 부모가 자녀에게 본질이 아닌 외형적인 형식이나 신자로서 지켜야 할 의무만을 강조한다면 자녀들은 하느님께서 보내시는 사랑의 이끄심을 듣기 싫은 잔소리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그리하여 부모와 자녀 사이가 틀어지는 것은 물론 하느님과 자녀 사이 또한 멀어지게 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주일미사 참례와 고해성사와 관련하여 부모와 자녀가 갈등을 빚는 상황입니다. 이 갈등은 주로 주일미사에 참례하지 않는 것이 죄인지 아닌지의 여부를 놓고 부모와 자녀가 실랑이를 벌이다 결국 서로 상처를 주고받으며 다투는 것으로 끝이 납니다. 안타깝게도 이 다툼 속에서 미사가 우리를 사랑하는 예수님께서 당신을 온전히 내어주러 오시는 만남의 자리라는 사실은 잊히고 맙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앞두고 그 시간에 참석하지 않는 것이 죄가 되는지 아닌지를 따져서 참석 여부를 결정하지는 않습니다. 혹시 참석하고 싶지 않거나, 참석이 어려운 상황이 오더라도 상대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고민하겠지요. 또한 참석을 못 했을 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얼른 그 사람을 찾아가 미안한 마음을 털어놓으며 용서와 화해를 청하고 싶어질 것입니다. 주일미사 참례하는 것과 주일을 지키지 못했을 때 고해성사를 드리는 것에 대해서 교회가 거듭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주일미사에 빠진 것을 단죄하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미사를 통해 우리를 만나러 오시는 예수님의 사랑을 기억하게 하고, 미사에 참례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다시 고해성사를 통해 기쁨 안에서 화해를 할 수 있도록 북돋기 위한 것이지요. 그래서 고해성사를 화해의 성사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교리서인 「YOUCAT Friends」는 이렇게 말합니다. “아이가 굳건한 믿음을 지닌 신앙인으로 자라 스스로의 신앙을 증거 하려면 정도를 넘어선 일도 해봐야 합니다. 따라서 부모는 죄에 대해 아이에게 지나치게 까다롭게 굴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죄를 짓는데도 가만히 두라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 죄인지 아이가 잘 분별할 수 있도록 도우라는 말입니다.” (138항)

하느님은 결코 우리에게 당신 계명을 지키도록 윽박지르는 분이 아니십니다. 오히려 자유의지를 주셔서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고 선택할 수 있게 하셨으며, 당신 뜻을 거스르는 선택을 하더라도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이 메시지를 자녀에게 꼭 이야기해주십시오. 자녀의 신앙은 계속 성장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윤리적인 판단이 아니라 바로 사랑의 하느님을 기쁨 안에서 만나게 돕는 것, 그리고 그분과 우정의 관계를 맺도록 돕는 부모의 시선임을 꼭 기억하십시오.

※자녀, 손자녀들의 신앙 이어주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조부모들은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지면을 통해서 답하겠습니다.

이메일 : hatsal94@hanmail.net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