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범생이 콤플렉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18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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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사 모범생으로 살고자 애쓰지만
정작 하고 싶은 것은 하지 못해서
늘 마음 안에 억울함이 존재해

착하다는 칭찬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 시도하고 경험하면서
삶의 영역 확장하려는 노력 필요

한때 천주교 신자들은 착한데 답답하다는 말을 듣곤 했습니다. 착해서 믿을만한데 융통성이 없어서 답답하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우리 신자분들은 그런 성향이 강한 편입니다. 이런 성향은 전통적으로 신앙생활을 죄를 짓지 않는 삶이라 개념 짓고 산 탓입니다. 죄를 짓고 고해성사를 보느니 죄를 안 짓고 사는 게 더 마음 편하기에 아예 죄 지을 가능성이 있는 것의 근처에 가지 않아 이런 성향이 생긴 것입니다. 이런 성향을 ‘범생이 콤플렉스’라고 합니다.

복음을 보면 집나간 둘째 아들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서 큰아들이 가진 콤플렉스가 범생이 콤플렉스입니다. 말 그대로 모범생으로 사는 사람들이죠. 얼핏 생각하면 바람직한 삶 같지만 현실세계에서는 그렇지 못합니다.

일단 이렇게 사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착하다는 칭찬을 듣습니다. 문제는 그러다보니 하고 싶은 것을 못하고 가고 싶은 데를 못가 마음 안에 늘 억울함이 있습니다. 그래서 자주 볼멘소리를 하고 조그만 일에도 쉽게 상처를 입습니다. 마치 큰아들이 집으로 돌아온 둘째 아들 때문에 아버지에게 볼멘소리 하듯 말입니다.

이를 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고 경험하면서 자기 삶의 영역을 확장해야 합니다. 사람의 마음 그릇은 이런 시도에 의해서 커집니다.

미국의 지미 카터는 대통령이 되기 전 조지아라는 아주 작은 마을에서 공직생활을 했습니다. 임기가 끝나가자, 어머니가 이제 뭐할 것인지 물었다고 합니다. 카터는 “대통령이나 할까합니다”라고 답을 했답니다. 그러자 많은 사람들이 카터를 촌놈이라고 비웃었습니다.

사실 카터는 촌사람이었는데 선거준비를 하면서 그리고 대통령 직무를 하며 그릇이 커졌다고 합니다. 그는 대통령을 그만둔 후에도 더 많은 활동을 해서 대통령일 때보다 더 명성을 떨친 사람입니다. 실패가 두려워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우물 안 개구리로 인생을 마치게 됩니다. 개구리가 될 것이냐 말처럼 광야를 달릴 것이냐는 본인의 선택입니다.

꼰대 유머하나 하겠습니다. 생전에 방탕한 생활을 한 사람이 중병에 걸려 병자성사를 달라고 청을 했습니다. 신부는 환자에게 병자성사를 주면서 앞으로는 주님만을 모시고 마귀와의 연을 끊어버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신부가 대답해야 한다고 했는데도 환자는 침묵했습니다. 다시 간곡하게 말하니 그 환자가 “신부님~ 말씀은 알겠는데 주님은 작은 죄 하나도 용서치 않는 아주 쪼잔한 분이라고 들었습니다. 제가 신부님께 기도는 받았지만 죽어서 어디로 갈지 몰라 망설이는 것입니다. 이해해 주십시오” 하더랍니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