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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기자 단상]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

천강우 프란치스코 명예기자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25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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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 서울의 분위기는 연말과 별반 차이 없이 스산했다. 스산한 거리에 익숙한 현수막이 걸렸다. 주교좌명동대성당 대로변에 내걸린 현수막에는 ‘송혜희 좀 찾아주세요!!’라고 적혀있다.

그 길을 오간 지 10년은 되었는데, 혜희를 찾는 현수막은 붙였다 뗐다를 반복하고 있다. 혜희의 고2 때 얼굴 모습과 인상착의, 네 곳의 연락처가 색깔 입힌 문구로 빼곡히 적혀있다. 혜희는 1999년 2월 추운 겨울날 사라졌다. 이후 아버지는 23년째 딸을 찾고 있다.

그간 현수막 2500개, 전단 300만 장, 봉고 트럭 20만㎞ 운행…. 와중에 혜희의 어머니는 우울증, 심장병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했다. 기초생활수급비 60만 원 중 40만 원을 현수막이나 전단 제작에 쓰는 등 결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아버지는 말한다. “딸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는데, 부모가 자식을 먼저 포기할 수 있겠느냐!”

실종된 송혜희씨를 찾기 위해 서울 명동에 내걸린 현수막. 천강우 명예기자 제공

혜희의 아버지 송길용씨는 포기하지 않으시는 하느님 아버지를 연상시킨다. 마태오복음에는 되찾은 양의 비유(18,12-14)가 나온다. “작은 이들 가운데 하나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마태 18,14) 상실과 결손은 아버지의 뜻이 아니다. 혜희의 복귀와 혜희 가족의 상태 회복이 아버지의 뜻이다. 되찾은 양의 비유는 루카복음(15,3-7)에서도 나타난다. 하느님 아버지가 양을 찾기 위하여 끝까지 뒤쫓아 가듯이 혜희 아버지도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여고생이었던 혜희가 이제 불혹의 나이가 되었으니 옛 모습은 많이 남아 있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조금 더 이웃에 관심을 기울인다면 혜희의 복귀와 혜희 가족의 상태 회복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혜희 부모와 같이 많은 고통을 겪고 상처 입은 이들을 어루만지기 위해 무관심을 관심으로 전환하는 우리들의 용기가 필요하다. 다수의 관심과 용기는 ‘무수한 어려움’의 여정을 겪고 있는 이들에게 보호와 회복, 치유와 희망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한남대교, 청계천, 장충동, 종로2가, 청량리역…, 곳곳에 내걸린 송혜희 찾기 현수막을 한 번 더 보게 된다.

올해는 혜희가 아버지 집으로 무사히 돌아오는 기쁜 해가 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본다. 혜희 아버지가 방안 벽에 써놓은 가훈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나의 딸 송혜희는 꼭 찾는다”

천강우 프란치스코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