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설] ‘죽을 권리’, 존엄한 것인가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18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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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조차 조력자살이 합법화됐다는 소식에 위기감을 떨치기 어렵다.

오스트리아는 인구 절반 이상이 보수 가톨릭 신자인 나라다. 이미 대표적인 가톨릭국가로 꼽히는 이탈리아나 콜롬비아에서도 조력자살이 허용된 바 있다.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겪는 이가 목숨을 끊도록 돕는 것은 범죄가 아니다’라는 헌법재판소 판결에 따라 이른바 ‘죽을 권리’가 보장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조력자살은 말기환자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약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다. 이를 찬성하는 측은 의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환자의 죽음을 앞당기는 적극적 안락사와 다르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스스로 행하든 타인의 도움을 받아 행하든 그 결과는 죽음이다.

문제의 핵심은 자기결정권의 남용이다. 안락사를 비롯해 그와 유사한 자살은 생명과 죽음을 자기 자신이 완전히 좌지우지하겠다는 요구를 드러내는 행동이다. 하지만 신앙인에게 죽음이란 ‘자신이 하느님께 의존하는 존재임을 알려주며, 하느님 손에 생명을 맡기는 전적인 순종의 행위’다.

법 시행은 개개인의 가치관에 큰 영향을 미친다. 조력자살 합법화 또한 죽음을 단순한 선택사항으로 받아들이거나 근본적으로 삶과 죽음의 가치를 호도하게 만든다. 환자나 장애인, 노인 등 적극적인 돌봄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자칫 죽음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신체적 고통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동이 과연 존엄한가.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도 제대로 목소리를 내 알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