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청와대 가톨릭교우회의 특별한 견진성사

성슬기 기자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18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1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다시 만난 예수님께 다짐… “복음적 마음으로 국민 섬기겠습니다”
코로나19로 활동 위축되자
박수현 국민소통수석 앞장서
비대면 미사와 견진성사 권유
서울 손희송 주교 집전으로
21명 성사 받고 믿음 되새겨

손희송 주교가 1월 14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견진 대상자인 청와대 가톨릭교우회 회원의 이마에 도유하고 있다. 맨 오른쪽은 박수현 회장.

“안녕하세요~ 예수님께서 전화 걸어보라고 해서 전화했습니다~”

재치있는 멘트에 전화를 받은 청와대 가톨릭교우회 회원들은 깜짝 놀랐다. 전화를 건 주인공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자 청와대 가톨릭교우회(이하 청가회) 박수현(안토니오) 회장. 코로나19로 대면 미사가 중단되고 월 1회 비대면 미사를 봉헌하면서 청가회 회원들의 신앙생활도 위축됐다. 박 회장은 지난해 11월 작심하고 청가회 회원 70명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전화를 받은 대부분의 회원들은 냉담 중이었고 한결같이 “예수님께 죄송하다”고 고백했다. 그 고백을 들은 박 회장은 이들 마음속 깊이 하느님께서 계시는 걸 진하게 느꼈다. 그는 회원들에게 비대면 미사에 참례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견진성사를 받지 않은 이들에게는 많이 바쁘겠지만, 함께 성사를 받자고 제안했다. 놀랍게도 당시 성사를 받지 않은 30명의 회원들이 모두 성사를 받겠다고 답했다. 박 회장은 또 한 번 하느님의 은총을 느꼈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무려 30명이 함께한 청가회 견진교리는 지난해 12월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8시 비대면으로 진행됐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바쁜 근무환경과 물리적 여건 등으로 인해 교리를 이수하기 힘들어 견진성사를 보류한 9명을 제외한 21명이 견진 대상자가 됐다.

박 회장은 “예수님께서 저를 통해 이들을 직접 부르셨고 이들이 신앙적으로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곳에 있는 우리가 믿음 속에 살아가며 일할 때, 우리의 따뜻한 마음이 국민들에게 전달될 것”이라며 “열심한 청가회의 전통이 한 하느님의 자녀로서 다음 정부에서도 활발히 이어지길, 나아가 복음적 마음으로 국민을 섬기는 청와대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1월 14일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거행된 청와대 가톨릭교우회 견진성사에서 손희송 주교를 비롯한 교구 관계자들과 회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날 행사는 방역지침을 준수하여 진행됐으며, 기념사진 촬영 시에만 잠깐 마스크를 벗었다.

이들의 특별한 견진성사는 1월 14일 오후 7시30분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 파밀리아채플에서 거행됐다. 영하의 날씨였지만 성당 안에는 훈훈한 온기가 감돌았다. 견진 대상자들과 이들의 대부·대모들 그리고 이들이 견진성사를 받을 수 있도록 도운 교구 사목국 직장사목팀 등 모두가 서로에게 감사인사와 축하를 건넸다.

박 회장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신앙에 소홀했다고 고백한 정인권(베네딕토·청와대 101경비단)씨는 “견진성사를 통해 다시금 신앙을 되새기고 성당에 나가는 계기로 삼고 싶다”며 “육아를 병행하며 교리에 참여하다 보니 쉽지 않은 순간들도 있었지만, 오히려 아이들과 함께 신앙을 키워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고 밝혔다.

견진성사를 주례한 교구 총대리 손희송(베네딕토) 주교는 “신앙은 이렇게 계기가 있어야 다시 한번 신앙생활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앙을 키워가면서 세상이 주지 못하는 기쁨과 희망, 평화를 느끼고 이를 이웃에게 전하는 신앙인이 되자”고 덧붙였다.

성슬기 기자 chiara@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