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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기도 안에서 찾은 용기 / 김난심

김난심(엘리사벳),제2대리구 신흥동본당
입력일 2022-01-18 수정일 2022-01-18 발행일 2022-01-23 제 327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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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앞이 캄캄해진다. 강의가 있던 날 도중에 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는데, 계속 마음에 걸렸다. 강의 스케줄을 알고 있는 언니가 전화를 할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 끝나고 잠깐 들리라’는 짧은 통화였지만, 목소리가 뭔가 이상하리만큼 슬펐다.

어두운 집안 분위기에 뭔가 일이 생긴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 신장이 완전 망가졌대. 큰 병원 가서 정밀 검사 받아보래. 수치상으로는 신장이식을 해야 한대.”

나한테 언니는 그냥 다른 언니와는 다르다. 친정엄마와 같은 존재로 하나에서 열까지 모든 걸 신경 써줬다. 오죽하면 딸아이가 엄마가 둘이라고 할 정도였다. 4남2녀 맏이인 언니는 나뿐 아니라 다른 동생들까지도 다 돌봐주는 그런 엄마 같은 존재였다. 친정엄마에게는 남편 역할을 해주는 친정집 기둥이었다. 언니는 본인의 병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했다.

그날부터 매일 기도했다. 이렇게 간절하게 기도를 해본 적이 없었다. 제발 오진이기를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정밀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일찍 일과를 마치고 찾아갔다. 이번에도 덤덤히 “이식해야한대”라며 말했다.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어떻게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게 이런 거구나 싶었다. 매일매일 그토록 기도했건만. 한바탕 같이 울고 난 뒤 내가 언니에게 이식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언니 내가 이식해 줄게. 걱정하지 마.”

내 말에 언니는 대성통곡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편과 아이들에게 어떻게 얘기를 할까 고민을 했다. 의논 한 마디 없이 혼자 결정해버렸기에 미안하기는 했지만 그러지 않으면 흔들릴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었다. 얘기했더니 깜짝 놀라며 우려했던 것처럼 모두 반대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내 고집을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 시간이 없다는 걸 알고 있어서 빠르게 진행하기로 했다.

제일 먼저 시작한 조직 검사 결과는 정말 다행히도 잘 맞았다. 수술 취소 팀이 생겨 예정보다 한 달 가량 빨리 수술을 하게 됐다. 수술은 잘 되었고, 이틀 후 언니를 찾아갔다. 운동하는 언니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병원서도 “수술이 정말 잘 되었다”고, “둘 다 앞으로 잘 관리하면 된다”고 하셨다. 회복도 잘 되어서 난 5일 만에 퇴원해 다음날 다시 강의를 시작했다.

매일 기도하고, 성체조배하면서 수술에 대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용기를 기도 안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수술 얘기를 들은 지인들은 “대단하다”고 했다. 나 또한 무섭고 겁나고 후회도 했다. 그렇지만 할 수 있었던 용기는 매일 기도 안에서 주님과 함께한 덕분이라고 믿는다. 부작용 없이 건강하게 우리 자매는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주님께서 나를 살려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어서 가능했고 기도에 응답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린다.

김난심(엘리사벳),제2대리구 신흥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