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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24)성당 활동에 너무 빠져 있는 아이 어떻게 하죠?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2-01-26 수정일 2022-01-26 발행일 2022-01-30 제 3280호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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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충분한 학업 시간을 마련하는 일과
친구 관계·놀이와 여가 등 모두 필요

대화로 균형 잡기 위한 방법 찾고
자녀 스스로 변화할 수 있게 도와야
격려하며 기다려주는 것도 중요

“아이가 성가대, 복사단, 학생회… 성당 활동에 푹 빠져 있어요. 다른 집은 아이가 나쁜 짓 안 하고 성당 활동 열심히 하니 얼마나 좋냐고 하지만, 시험 기간에도 밤낮없이 성당에서 살다시피 하는 아이를 보면 솔직히 부모로서 속이 터집니다. 이 아이를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새는 두 날개를 펴고 날갯짓을 하면서 하늘을 활공합니다. 한쪽 날갯짓으로 왼쪽, 혹은 오른쪽으로 날기도 하고 두 날개를 힘차게 움직여 저 멀리 날아가기도 합니다. 우리 인간 또한 두 날개를 가지고 세상을 활공합니다. 오른쪽 날개(right wing)는 보수적인(conservative) 날개로 실질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경제적·사회적인 능력, 지위 등을 의미합니다. 이 날개를 강화하기 위해 우리는 스펙을 쌓고, 학위를 취득하고, 더 많은 보수를 주는 직업을 갖기 위해 애씁니다. 한편 왼쪽 날개(left wing)는 진보적인(progressive) 날개입니다. 이 날개는 가슴 뛰게 만드는 꿈과 이상, 의미와 가치, 행복한 관계를 의미합니다. 새들이 두 날개 모두 힘차게 날갯짓을 할 때 더 멀리 날아갈 수 있듯 인간 또한 이 양 날개가 고루 발달할 때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것을 ‘삶의 양날개론’이라 칭하며 청소년 사목을 하면서 만났던 많은 젊은이들에게 강조해왔습니다. 부모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 자녀의 삶을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자녀가 성당 활동을 열심히 할 때 부모들은 신앙을 지닌 또래 친구들과 함께 교회 울타리 안에서 잘 지내는 아이의 모습이 보기 좋고, 그런 아이의 앞날을 하느님께서 예비해 주시리라는 믿음으로 긍정적으로 바라봅니다. 그러나 성당을 오가는 횟수가 늘어나고, 친구들에게 몰두 되어 공식적인 활동 외에 노는 시간이 늘어날 때 부모의 염려는 깊어집니다.

이럴 때 부모들은 주로 성당 활동을 끊고 공부와 성적에 몰두하게 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친구 관계를 중요시하는 청소년에겐 극약의 처방입니다. 제가 만난 친구 중에 바오로라는 고1 남자아이가 있었는데, 그 친구는 문제아로 불리며 부모의 속을 썩이는 친구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여름, 바오로는 성당 여름 캠프에 참여해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고, 성당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죽돌이’가 되었습니다. 바오로는 여전히 친구들과의 시간을 즐겼지만, 성당 친구들과는 비행에 노출될 일이 없어 가족 모두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안정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는 성당 친구들과 지내면서 학업성적도 점점 좋아졌습니다. 그러자 바오로의 부모님은 욕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성당 친구들로부터 좋은 영향을 받고 있긴 하지만, 그 친구들과 성당에서 허비하는 시간을 줄이면 더욱 학업에 몰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갖게 된 것이지요. 결국 부모는 바오로의 성당 활동을 끊어버렸습니다. 그렇게 성당 친구들을 만날 수 없게 된 바오로는 이전의 친구들에게 돌아갔고, 결국 가출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이처럼 성당에서 살다시피 하는 자녀를 둔 부모의 마음은 무척 답답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넓은 시선 속에서 자녀를 바라보아야 합니다. ‘성당에 너무 몰입해서 본인의 시간을 잃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걱정에 빠지다 보면 부모 또한 균형을 잃어버릴 수 있습니다. 자녀의 건강한 성장을 위해서는 충분한 학업 시간을 마련하고, 성적을 유지하는 오른쪽 날개와 친구 관계, 놀이와 여가, 그리고 하느님과 만나는 시간인 왼쪽 날개가 모두 필요합니다. 따라서 이 문제에 있어 부모와 자녀 모두 한쪽으로만 치우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대화를 통해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한 방법을 찾아가야 합니다. 이때 금령으로 일관하거나, 부모의 의견이 최선인 것처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변화의 주체는 자녀 자신이기에, 무엇을 어떻게 변화시켜나가는 것이 좋을지 스스로 정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당장 변화를 이루기 버거운 목표보다 작은 목표부터 실천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그리고 자녀의 노력과 변화를 알아 차려주고 격려해주며 천천히 균형을 잡아가도록 기다려주십시오.

마음 없이 몸만 움직이는 삶을 살 때 인간은 공허함을 느끼고, 메마른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마음의 움직임을 따라 그 안에서 ‘감동’을 느끼는 순간, 삶은 기쁨으로 가득 찹니다. 자녀가 친구와 ‘티키타카’를 하는 기쁨을 아는 삶, 좋아하는 것에 설레는 삶, 그렇게 마음이 움직이는 삶을 살아가도록 격려하면서도 자신의 책임과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으며 균형을 지켜나가도록 넓은 시선으로 함께 걷는 부모가 됩시다. 그때 우리 자녀들은 스스로 양날개를 고루 발달시키며 균형 있게 성장해나갈 것입니다.

※자녀, 손자녀들의 신앙 이어주기에 어려움을 겪는 부모, 조부모들은 이메일로 사연을 보내주시면, 지면을 통해서 답하겠습니다.

이메일 : hatsal94@hanmail.net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