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영원과 순간 사이’ 전시 중인 김세중 작가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2-16 수정일 2022-02-16 발행일 2022-02-20 제 3282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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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 따라 변해가는 조각상의 ‘순간’을 화폭에 담다
고(故) 김세중 조각가와 동명
영원 의미하는 자연 배경에
극사실적으로 조각상 그려내

김세중 작가.

시간의 흐름 속 찰나를 포착하는 김세중(빈첸시오) 작가의 작품들이 ‘영원과 순간 사이’라는 주제로 서울 효창동 김세중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성상과 그리스 조각상들을 자연경관과 조합해 캔버스에 옮긴 유화 작품들이다.

한국 성미술계의 거장 고(故) 김세중(프란치스코·1928~1986) 조각가와 동명인 김 작가는 “선생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부족하지만 최선을 다해 전시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전시를 위해 서울 혜화동성당에 있는 김세중 조각가의 ‘성모자상’을 캔버스에 옮기며 존경을 표했다. 김 작가는 “김세중 선생과 합작한다는 마음으로 작업했고, 작품이 설치된 공간은 미술관 마당에 있는 김세중 선생이 제작한 성모상과 어우러져 기도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다”고 안내했다.

성모자상화를 비롯해 전시에서는 그리스 신화 동상을 회화로 표현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사진을 그대로 그림으로 옮기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존 사진을 보고 해도 되지만, 김 작가는 프랑스, 이탈리아 등 조각상이 있는 미술관으로 건너가 실제로 보고 느낀 후 직접 사진을 찍어 작업했다.

“세월의 흔적을 품고 있는 조각상과 영원성을 담지한 자연을 합치시키면서 제 모습을 투영하고 싶었습니다. 작품을 보는 순간의 제 시점을 표현하는 것이죠. 영원과 순간 사이에 있는 제 모습 말입니다.”

한국의 대표적인 극사실주의 2세대 작가로 불리고 있는 김 작가는 대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는 그 너머를 추구하고 있다. 생생하고 완벽하게 그려내면서도 비현실적 풍경을 접목하는 그의 작품은 일반적인 극사실주의와는 결이 다르다는 것이 미술평론가들의 입장이다.

그는 “내 작품은 사물과 나의 접촉, 사물과 사물의 접촉, 세계와 나의 접촉을 회화적으로 구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기에 영원성을 내포하면서 초월의 세계로 인도한다.

이런 그의 작품 활동 중심에는 신앙이 자리 잡고 있다. 김 작가는 “돌아가신 할머니가 정말 열심한 신자였고, 고모도 수녀님”이라며 “자연스레 어릴 때부터 신앙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 표현해야 하는 작품 특성상 세밀하고 정밀한 작업이 필요한데, 신앙의 힘으로 기도하고 수행하는 과정으로 승화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전시장에 오셔서 제 작품을 보다 보면 그런 영적인 힘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저의 작품 세계를 계속 펼칠 예정입니다. 또 김세중 선생님을 따라 교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성미술 작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김 작가는 제25회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 단원미술대전 특선, 제2회 가톨릭미술공모전 우수상, 단원미술제 단원선정작가상 등을 수상했으며, 그의 작품은 뉴욕 RYC Center, 단원미술관, 홍익대학교 현대미술관, 절두산순교성지 한국천주교순교자박물관, 국방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2월 26일까지 열린다. 무료관람.

※문의 02-717-5129 김세중미술관 학예팀

‘영원과 순간 사이’ 전시 전경.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