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의정부교구 갤러리 평화 ‘십자가의 길’ 전시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3-07 수정일 2022-03-08 발행일 2022-03-13 제 3285호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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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은 단순하게, 묵상은 풍부하게’ 상징 담은 14처
우소영 작가·염동국 신부 2인전
깊은 묵상 끝에 탄생한 작품들
사실적 묘사 대신 상징적 의미 담아

염동국 신부, ‘쉼’.

사순 시기를 맞아 의정부교구 주교좌의정부성당 ‘갤러리 평화’에서 ‘십자가의 길’을 주제로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는 우소영(마리아) 작가와 염동국 신부(루카·의정부교구 야당맑은연못 협력사목)의 2인전으로, 깊은 묵상에서 나온 상징적인 십자가의 길 작품들로 구성됐다.

가지런히 모아진 두 손에 뚫린 구멍. 우소영 작가가 자작나무 틀에 검은 종이를 덧붙여 만든 그림자 형태의 십자가의 길 14처다. 우 작가의 깊은 묵상에서 나온 작품이다. 성당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실적으로 묘사된 십자가의 길과는 사뭇 다르다.

우소영, ‘십자가의 길 1처’.

우소영, ‘십자가의 길 14처’.

우연히 십자가를 바라보게 된 어린아이의 시점에서 묵상했다는 우 작가는 예수님을 따라 걸으며 깨달아가는 하느님의 사랑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곧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따라가다가 통회하는 과정을 작품에 담았다.

그림자 형태로 제작한 이유에 대해서는 “그리스도의 수난을 구체적인 설명 형식으로 표현하고 있는 십자가의 길을 보며 상황 그 너머로 묵상하기에 제한된 느낌을 받았다”며 “각 처의 묵상을 관객마다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이미지를 그림자 형태로 표현하는 방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각 작품 앞에는 예수님께서 예수 성심회의 요세파 수녀에게 전한 메시지를 모은 「성심의 메시지」에서 발췌해 나무에 새긴 묵상 글도 함께 볼 수 있다.

염동국 신부, ‘기도’.

염동국 신부도 나무와 돌, 흙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가지각색의 특별한 십자가의 길 작품을 선보였다. 주제는 십자가의 길이지만 작품 제목은 ‘기도’, ‘쉼’, ‘마음’, ‘흔적’ 등이다. 염 신부는 “언뜻 보면 십자가의 길과 연관되기 어려워 보이지만 알고 보면 아주 쉬운 작품들”이라고 말했다.

‘마음’이라는 작품에는 커다란 십자가 밑에 바퀴가 달려있다. 바퀴를 달면 십자가를 조금 더 쉽게 지고 가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을 담았다. 작품 ‘쉼’은 다리를 쭉 펴고 앉아서 쉬고 있는 듯한 모습을 나무 십자가 형태로 표현했다. ‘기도’에는 십자가의 길을 지켜보고 있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았다.

염 신부는 “일률적으로 십자가의 길을 제작하게 되면 표현 방식은 물론 재료도 한정될 수밖에 없다”며 “십자가의 길 그 안에 숨겨진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번 전시에서 염 신부는 5점의 작품만 공개했다. 올여름 전시할 계획인 ‘성모님과 함께 걷는 십자가의 길’ 전에서 14처 모두 선보일 예정이다.

전시는 3월 18일까지 열린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