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 (30·끝) 누군가 나의 신앙을 흔든다면 이렇게 이야기합시다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
입력일 2022-03-16 수정일 2022-03-16 발행일 2022-03-20 제 3286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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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뜻에 우리 뜻 일치시킬 때
인간은 기쁨과 평화·안정감 느껴

자녀가 삶에서 하느님 뜻 추구하고
사회적으로 복음 실천하도록 도와야

신앙 안에서 균형있게 자라난 아이
행복 향해 긴 호흡으로 나아갈 수 있어

“저와 남편은 주일학교 교사회에서 만나 결혼하여 아이들의 신앙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그런 제가 동네 엄마들 사이에서 소위 왕따가 되어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복사를 서는 날에 학원 보충을 빠지게 하고, 영어캠프보다 성당캠프 일정을 먼저 챙기는 저는 이상한 엄마가 되어있었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제가 잘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흔들립니다. 신부님, 지혜가 필요해요.”

신자로서 잘 살아가려고 애쓰는 부부와 그런 노력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흐뭇하고 한편으로는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세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며 신앙의 가치를 지켜내는 노력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이탈리아의 철학자 프랑코 베라르디(Franco Berardi)는 한국 사회를 ‘끝없는 경쟁, 극단적 개인주의, 일상의 사막화, 생활 리듬의 초가속화’라는 4가지로 짚고 있습니다. 보시다시피 이 특징 속에는 하느님께서 당신 모상대로 창조하신 ‘존엄한 인간’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마치 지옥의 특징을 이야기하는 듯한 사회 속에 우리의 아이들을 밀어 넣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 안의 자유의지는 이야기합니다. 이것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말입니다.

만약 이런 세상의 흐름 속에서 나의 자녀가 뒤처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급하고 불안한 마음이 든다면 자녀가 아기였던 시절을 잠시 떠올려보길 바랍니다. 한 아기가 첫걸음마를 떼기 위해서는 수만 번 용을 쓴 끝에 먼저 뒤집기에 성공해야 하고, 뒤집고 나면 앉기를, 앉고 나면 잡고 서기를 해야만 합니다. 그렇게 잡고 선 후에는 잡은 채로 걸음마를 연습하는 일을 수도 없이 반복한 끝에 아기는 비로소 모든 것이 준비되었다는 듯 손을 뗍니다. 아주 의기양양하게 말이지요. 이처럼 자녀의 영유아기를 경험한 부모라면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첫걸음마가 빠르고 느린 것이 아이의 지능 발달이나 성장에 큰 영향을 주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성장에 지름길, 속성코스란 없으며, 아이들은 각자의 때가 왔을 때 끝내 도약을 이루어낸다는 것을 배우게 되지요. 그러므로 세상이 우리를 재촉할수록 우리는 경쟁에 쫓기기보다 인간 삶의 궁극적인 목적인 행복을 향해 긴 숨으로 한 걸음 한 걸음을 가야 합니다.

막시밀리아노 콜베 성인은 삶이 행복하기 위해서 “하느님의 큰 뜻(의지)에 우리의 작은 뜻(의지)을 일치시켜야 한다”고 이야기하십니다. 이 두 가지가 일치할 때 인간은 평화와 기쁨, 안정감을 느끼며, 어긋나는 경우 십자가가 만들어져 고통과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의 삶은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는 시의 구절처럼 비록 하느님의 뜻과 나의 뜻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줄기를 곧게 세워가는 과정, 즉 더 큰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며 뿌리를 튼튼하게 돋우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에게 있어서 자녀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요한 보스코 성인은 자녀가 하느님의 뜻을 추구하면서도 사회 안의 중요한 일원이 되도록 키워낼 것을 강조하며 ‘착한 그리스도인(Good Christian), 정직한 시민(Honest Citizen)’이라는 균형 있는 자녀교육의 목표를 제시합니다.

착한 그리스도인이란 예수 그리스도와 개별적인 우정을 맺은 믿음의 사람, 가톨릭 공동체 안에서 신앙을 증거하고 일·가정·사회 안에서 사제직·왕직·예언직을 수행하는 사람, 인생의 단계마다 식별의 중심을 예수님의 뜻에 두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리고 정직한 시민은 자신의 재능을 충실히 갈고 닦아 자아실현을 이뤄내는 사람, 복음 정신으로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 인간 존엄성과 정의와 평화를 실천하여 공동선에 기여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이처럼 하느님 안에서 정당성을 가지면서 사회적으로도 복음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도록 균형 있게 자라난 아이는 긴 호흡으로 자신이 받은 탈렌트를 잘 키워가며 행복을 향해 나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하느님의 큰 뜻 안에서 굳건하게 우리 믿음의 방향에 확신을 가지십시오. 바오로 사도가 신앙의 전통 안에서 성장한 티모테오에게 “그대는 믿음의 말씀, 그리고 그대가 지금까지 따라온 그 훌륭한 가르침으로 양육을 받아 그리스도 예수님의 훌륭한 일꾼이 될 것입니다”(1티모 4,6)라고 찬사를 보낸 것처럼 신앙 안에서 자란 우리 자녀들도 하느님의 사람으로 그리고 이웃과 세상의 유익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그러니 흔들리지 마십시오.

※그동안 ‘내리신앙 깊어가는 믿음’을 집필해 주신 햇살사목센터 소장 조재연(비오)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조재연 비오 신부(햇살사목센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