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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불평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3-23 수정일 2022-03-23 발행일 2022-03-27 제 3287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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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담 자주하면 중독 되지만
어느 정도 속풀이 효과는 있어
무작정 질책하거나 못하게 하면
억압감 느껴 신경증적 질병 유발

사람이 살다보면 불평을 하게 된다. 일이 힘들어서 사람이 힘들어서 사는 게 힘들어서 ‘세상이 왜 이래!’ 하며 불평을 하게 된다. 그런데 교회에서는 절대로 불평하지 말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라고 가르친다. 하느님께 받은 게 얼마나 많은데 불평이냐고 야단치기도 한다. 이 말은 어떤 면에서는 맞다. 감사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불평 중독자가 돼서 짜증이나 내고 사는 사람이 되기 십상이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불평을 질책하거나 죄악시하는 것은 사람 마음에 대한 무지의 소치이다. 불평을 못하게 하면 억압이 돼서 신경증적 질병을 유발한다. 늘 좋은 이야기만 하는 사람들이 골골거리고 왠지 가식적으로 보이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사람들이 하는 불평에는 세 가지가 있다. 유익한 것과 해로운 것, 기분 풀이용. 이중 우리가 가장 많이 하는 것은 기분 풀이용이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불평, 소위 험담이라고 하는 불평은 너무 자주하면 중독이 되지만 어느 정도는 속풀이 심리 치료 효과가 있기에 가끔 사용하는 것은 유용하다.

두 번째는 유익한 불평이다. 이 불평은 지금 고쳐지지 않는 문제점에 대한 문제제기를 의미한다. 이런 불평은 논리적 근거가 있기에 듣는 사람들이 경청한다면 기대이상으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 만약 조직 내 아무런 불평이 없다면 그것은 그 조직이 무너지고 있다는 조짐이다.

세 번째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불평이다. 이 불평은 사람과 사람사이를 갈라놓는 불평이다. 이런 불평은 본인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교회에서 하지 말라고 하는 불평은 바로 이런 해로운 불평을 말하는 것이다. 살면서 불평한다는 것은 아직은 힘이 있다는 증거이기에 나쁘게 생각하기만 할 것도 아니다. 개똥도 약에 쓸 때가 있다고 불평도 약에 쓸 때가 있으니 잘 사용하며 살아야한다.

꼰대 유머. 혼자 사는 게 힘들다고 불평하던 젊은 신부들이 독신제를 풀어달라고 교황님께 간청했다. 거의 2000년을 내려오는 동안 유지돼온 독신제. 그러나 번번이 기각됐다. 교황님들이 너무 연세가 많으셔서 독신제에 대한 관심이 없으신지라 아예 서류조차 보지 않으셨다. 그러다 한 교황님께서 생각해보겠다고 하셨다. 그 소식을 들은 젊은 신부들이 환호하며 결혼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임신부들이 그런 모습을 보면서 혀를 찼다. ‘쟤네들이 교회를 몰라도 너무 모르네. 교회에서 뭘 해보겠다고 하고 결정하는데 최소 50년은 걸린다는 걸! 우리 교회가 뭐 결정하는데 얼마나 느려터진지 모르네!’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