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세상의 빛] 161.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205항)

입력일 2022-03-23 수정일 2022-03-23 발행일 2022-03-27 제 328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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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사회 향한 소통과 대화… 희망을 선택하자

사회는 함께 만드는 삶의 자리
이웃과 사회 동반자로 여기며
소통하고 대화하려 노력할 때
질서 정립되고 선의 결실 맺어

“‘역지사지.’ 나 역시 궤도에서 이탈하고 나서야 깨우치게 된 단어이다. 내 삶은 대체로 일방통행이었다. 내 말을 경청하는 사람들이 널려 있었고, 남의 감정보다는 내 감정이 우선이었으며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내치면 그만이었다.”(김호연 「불편한 편의점」 중)

■ 위로와 힐링이 필요한 시대

위로와 힐링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오늘날 위로가 절실히 필요함에 많이 공감합니다. 코로나19 영향도 크겠지만 이제는 방치될 수 없는 사회적 고립도와 소외의 증가, 소통의 상실, 공동체 의식의 결여가 주원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초래한 결과는 아닌지 성찰합니다. 고전 영화 ‘빠삐용’에서 주인공은 재판관들로부터 인생을 헛되게 보낸 것을 중죄로 선고받았습니다. 이는 당시 프랑스의 부패한 사법체계를 비판한 대사였지만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할지 돌아보게 합니다. 사회란 모두가 함께 만든 삶의 자리입니다. 우리 사회가 혹독한 겨울왕국이 된 것에 대해 모두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요?

■ 신앙과 가치 중심의 삶이 돼야

사회교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로 ‘건강한 나’입니다. 인간존엄, 공동선, 보조성, 연대성, 재화의 선용, 가난한 이웃을 위한 우선적 선택, 참여와 책임 등 사회교리 원리들은 내가 영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실천할 수 없습니다. 내가 노력하고 나아지지 않으면 소중한 위로도 헛된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건강한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은 신앙과 윤리, 덕행이라는 가치 중심의 역량강화이고 이와 더불어 친교와 소통을 통해 내 옆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입니다.

그래서 「간추린 사회교리」는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다른 이의 요구와 필요를 자기 것처럼 여기고, 영적 가치의 친교와 이기심 없는 태도로 활기를 얻을 때, 자기 행동에 대한 책임을 지려는 이성적 본성에 따라 행동할 때, 비로소 질서가 잡히고 선의 결실을 맺으며, 삶과 행동이라는 건물이 튼튼하고 오래갈 수 있도록 기둥 역할을 하고 모든 사회 활동과 제도의 질을 결정짓게 한다.”(205항 참조)

■ 갈라진 사회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선택

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과 정치를 비난하고 외면하는 것은 쉽습니다. 내 말만 맞다며 아집을 부리고 소통과 숙의(熟議)를 거부하는 것도 쉽습니다. 말만 앞서고 행동이 없다면 말할 가치도 없습니다. 이 모든 것은 어리석고 악한 것입니다. 반대로 이웃과 사회를 동반자로 여기며 소통과 대화를 행하는 데에는 많은 노력이 요구됩니다. 인내와 지혜, 헌신과 희생을 선택하는 것도 쉬운 길은 아닙니다. 하지만 아름답고 현명하며 좋은 모습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제안합니다. “환난과 시련이 있지만 의로운 이들의 삶은 영원하고, 정치와 사회의 주체는 국민들이니 어려움이 있어도 좋은 정치는 가능하다”고 말입니다. 공감하십니까? 우리가 정녕 깊이 성찰해야 할 것은 무력감을 비난으로 대체하지 않고 절망 속에서 희망을 선택하는 인간적 품위와 성숙입니다. (마사 누스바움 「타인에 대한 연민」)

“거만한 시선이나 일시적인 평가, 그리고 친밀감과 연민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을 존중하지 못하는 업신여김 앞에서 잠시만 멈춰 서십시오. 사실 저러한 태도는 자신이 상처받았고, 심지어 죄와 오류에 빠져 있다는 표징입니다.”(프란치스코 교황 「오늘처럼 하느님이 필요한 날은 없었다」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