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사제여! 그대는 누구인가? / 안봉환 신부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 (전주교구 문정본당 주임)
입력일 2022-03-29 수정일 2022-03-29 발행일 2022-04-03 제 3288호 2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본당주임으로 부임하면서 만난 첫 보좌신부! 코로나19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와 함께 1년 남짓 힘겹고도 즐거운 협력사목(?)을 전개하였다. 하지만 올 초 서품식이 끝나자마자 먼 외국으로 떠나야 하는 그를 붙잡을 수 없었다. 이어 교구장 주교님께서 갓 서품을 받은 보좌신부를 곁으로 보내주셨다. 하느님의 은총을 풍부히 받고 서품을 받은 새 사제와 함께 산다는 것은 모든 이에게 대단히 큰 행운이고 영예이다.

교회 전례력이 바뀌면 교구와 수도회마다 그동안 양성된 이들에게 부제·사제 서품식을 거행하느라 분주하다. 서품식은 교구장 주교가 합당한 후보자에게 성품을 주어 교회에 봉사하도록 그에게 교회 직무를 맡기는 전례 예식이다. 보통 이 미사가 끝나면 새 사제를 위한 축가를 부른다.

‘사제여 그대는 누구인가?/ 그대는 그대로부터 온 자 아니니/ 그대는 무로부터 왔느니라/ 그대는 그대를 향하여 있는 자 아니니/ 그대는 하느님께 향하는 중재자니라/ 그대는 그대를 위해 있는 자 아니니/ 그대는 하느님을 위해서만 살아야 하느니라(quia soli Deo vivere debes)/ 그대는 그대의 것이 아니니/ 그대는 모든 이의 종이니라. 그대는 그대가 아니니/ 그대는 또 하나의 그리스도니라(quia alter Christus es)/ 그러면 그대는 무엇인고? 사제여…/ 그대는 아무것도 아니며 모든 것이니라.’

고(故) 박기현 신부(청주교구)가 80년대 초반 작곡한 이 축가는 사제들에게 매우 친숙한 노래이다. 이탈리아 로마 출신의 성 빈센트 팔로티 신부가 만든 노랫말인데, 1962년 12월 9일 성 요한 23세 교황이 강론 중에 인용하면서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그는 1963년 1월 20일 성인으로 시성되었다. 이 축가의 원작가는 독일 마그데부르그의 노르베르트 성인인데, 오늘날 축가의 일부만 바뀌었다.

‘Non es a te quia de nihilo/Non es ad te, quia mediator ad Deum/ Non es tibi quia sponsus Ecclesiae (그대는 그대를 위해 있는 자 아니니/ 그대는 교회의 신부이니라)/ Non es tui quia servus omnium/N on es tu quia Deus es(그대는 그대가 아니니 그대는 하느님이니라)/ Quid ergo es?/ Nihil et omnia).’

최근 임석수 신부(부산교구)가 작곡한 ‘사제여 그대는 누구인가’(2012년)는 부족하고 어리석고 잘못한 것도 많았던 과거의 사제생활을 회고하며 더 잘 살고 싶고,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싶고, 사제다운 모습으로 살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노래로 표현한 것이다.

‘(후렴) 사제여 그대는 그대는 누구인가(세 번 반복)/ 1. 주님의 부르심 받아 주님께 몸 바친 성직자요/ 주님의 은총을 받아 주님을 섬기는 사람이요/ 말씀의 선포자요 제단의 봉사자요 주님께로 인도하는 목자이시니/ 주님의 가르침 따라 주님의 백성을 가르치고/ 주님의 이끄심 따라 주님의 교회에 봉사하고/ 주님의 종으로서 주님의 도구로서 십자가의 주님만을 따르는/ 거룩한 사제로서 착한 목자로서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리니/ 2. 때로는 외로움으로 사제의 삶을 후회하고/ 때로는 행복함으로 사제의 삶을 감사하고/ 때로는 기쁨으로 때로는 슬픔으로 십자가의 길을 따라 걸어가리니/ 성령의 인도를 받아 주님의 양들을 인도하고/ 성령의 은사를 받아 주님의 제단에 봉사하고/ 주님의 종으로서 주님의 도구로서 십자가의 주님만을 따르는/ 거룩한 사제로서 착한 목자로서 모든 이의 모든 것이 되리니/ 이 사제를 축복하소서.’

두 축가는 성 바오로의 다음 문장으로 짧게 요약된다. 사제는 “하느님의 사람”(1티모 6,11)이다. 그렇다. 사제는 하느님의 사람이다. 사제는 이제 교회의 사람으로 교회를 드러내는 공적인 삶을 살면서 사람들을 위하고 모든 이의 종이어야 한다. 자신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아니지만, 하느님과 사람들을 위해서는 모든 것이어야 하고 겸손을 통해 섬기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런 새 사제들을 위해 신자들의 기도가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하다.

안봉환 스테파노 신부 (전주교구 문정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