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99)그래서 무엇을 할 것인가?/ 윌리엄 그림 신부

입력일 2022-03-29 수정일 2022-03-29 발행일 2022-04-03 제 3288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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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도 유럽에서는 발칸반도 등지에서 계속해 분쟁이 있었다. 하지만 큰 두 나라가 서로 전쟁을 벌이는 일은 과거의 일이자, 생각할 수도 없고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민주국가 사이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통념이 있고,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고 있어 유럽에서 전쟁이라는 말은 더 이상 쓸 데가 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유럽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유럽의 한 비민주국가가 시작한 전쟁을 지켜보고 있다. 러시아는 군사력과 사이버 무기로, 서방 국가들은 경제 제재를 무기로 서로 싸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모스크바를 비롯한 러시아의 여러 도시에 있는 서구 브랜드 매장을 통해 러시아가 비록 민주국가는 아니지만 서구와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다. 한 경제 전문가는 수년 전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 나라들은 서로 싸우지 않는다고 호기롭게 말하기도 했다.

지금 우리는 경제와 정치가 언제나 함께 손을 잡고 가지는 않는다는 것과 빅맥을 들었던 손으로도 대포를 쏠 수 있다는 사실을 목격하고 있다. 서구 경제 무기의 일부인 맥도날드는 현재 러시아에서 영업을 멈췄다.

만일 경제적 유대가 전쟁을 막을 수 없다면, 종교 특히 그리스도교는 이를 막을 수 있을까? 역사를 보면 애당초 이는 가능성이 없다. 가톨릭교회와 개신교를 포함한 서구의 그리스도교는 전쟁의 원인이었고, 전쟁의 원인이 아니었다고 해도 전쟁을 지지해왔다. 주로 정교회인 동방의 그리스도교회도 마찬가지로 군사적 폭력을 막지 않았고 전쟁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였다.

러시아 정교회의 키릴 총대주교는 더 나아가 러시아의 독재자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지자 역할을 하고 있다. 푸틴은 러시아가 반드시 서방에 맞서고 서방을 물리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러시아 정부가 ‘공격’이나 ‘침공’, ‘전쟁’이라는 말을 금지한 조치에 대해서도 동의하거나 묵인하고 있다. 러시아에서 이런 말을 쓰면 최대 15년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아마도 톨스토이의 소설이 러시아에서 새롭게 출간된다면 「특별 군사 작전과 평화」를 제목으로 달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서방교회의 최고 지도자는 어떤가?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재의 수요일을 평화를 위한 기도와 단식의 날로 지낼 것을 요청했다. 교황은 “우크라이나에 피의 강이 흐른다”면서 전쟁을 반대했지만, 푸틴이나 러시아를 직접 겨냥하지는 않고 있다. 전쟁은 사람들이 결정하고 실행에 나선다. 전쟁을 결정하고 자행하는 사람을 지목하지 않고 전쟁을 비난하는 것은 인간이 저지르는 죄를 추상화하는 것과 같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평화의 중재자가 되고자 희망하지만, 러시아는 상대하려 들지 않고 있다. 손을 떨며 정성을 다해 기도하지만, 불의에 대항해 말을 아끼는 교황의 모습은 세계무대에서 가톨릭교회를 소외시키고 있다. 악에 대항해 절제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 나는 모르겠다. 아마도 여러분도 그럴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침공에 저항하는 것을 선택했다. 여러 나라들이 러시아의 경제에 충격을 주기 위한 제재에 동참하고 있지만, 이 제재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우크라이나가 버텨줄 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상징은 십자가임을 기억하며, 믿음과 희망을 간직하는 일일 것이다.

윌리엄 그림 신부

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