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00)부활하신 그리스도와 함께 걸으며/ 미론 페레이라 신부

입력일 2022-04-19 수정일 2022-04-19 발행일 2022-04-24 제 329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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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대충 훑어만 봐도 우리는 예수님께서 항상 여기저기 돌아다니셨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분은 머리를 기댈 곳조차 없이 떠돌아다니며 모든 사람들, 특히 아픈 이들과 소외된 이들에게 치유의 메시지를 전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우리도 그분과 함께 걸어갈 소명이 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톨릭교회를 ‘순례하는 교회’라고 정의했다. 하느님의 백성이 그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고 모두를 받아들이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보내주신 성령의 인도로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것이 교회의 본 모습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어떻게 예수님과 함께 걸을 수 있을까?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걷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아마도 엠마오로 가던 두 제자의 이야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엠마오로 가던 제자들처럼 우리 대부분은 예수님을 만나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예수님과 대화를 하게 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지게 된다. 과거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고 우리가 실패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며, 과거의 슬픔과 화해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제자들처럼 빵을 나눌 때 그분을 알아보게 된다. 아무리 작더라도 우리가 가진 것을 낯선 이와 여행자들에게 나눌 때 우리의 눈은 떠지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강력하게 우리에게 나타나신다. 이것이 바로 부활하신 주님과 함께 걷는 것의 의미다.

이는 시노달리타스가 의미하는 것과 같다. 성령에 마음을 열고 성령 안에서 걸으면 우리는 항상 성령을 따르게 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것이 바로 교회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시노달리타스는 사도행전에 기록된 대로 “친교를 이루며 빵을 떼어 나누고 기도하는”(2,42) 본래의 교회가 되자는 요청이다.

우리는 주님 부활 대축일 전 사순 시기를 지내며 잃어버린 주님과의 일치, 신자들 사이의 친교를 회복하는 시간을 보냈다. 고해성사를 통해 일치의 정신을 되찾고 시노달리타스에 더 다가서게 됐다. 또한 사순을 거치며 자기중심과 쾌락주의를 극복하고 참여의 정신을 되살렸다.

결국 교회의 시노드 여정에 참여해야 할 이들은 성직자만이 아니라 나이와 출신 배경을 떠나 모든 본당과 지역의 하느님 백성이다. 편견 없이 모든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인류가 경험하는 것에서 하느님의 뜻을 식별하는 노력을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교회가 될 수 있다. 우리가 교회 안의 다양성을 경험하고 목소리를 높이고 도전할 수 있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 덕분이다. 위선과 세속화, 두려움으로 점철됐던 과거의 교회를 극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죽음으로 작은 제자들 공동체에 평화와 기쁨, 용기를 불러일으켜 그들 안에 있는 자신의 존재를 증거하게 했다. 이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생명을 주시는 성령이 되셨다. 그리고 성령께서 교회에 부여한 은사를 통해 예수님께서는 모든 인류가 성체를 통해 하나가 돼 함께 일할 수 있게 하셨다.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과 사명은 결코 떼어낼 수 없다. 그것이 개인이든 교회이든 말이다. 예수님의 부활로 우리 모두가 시노달리타스를 풍부하게 경험하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 전 세계에서 진행하고 있는 세계주교시노드가 단지 교회의 행사가 아니라 교회에 부여된 새로운 은사가 되길 바란다. 바로 부활하신 예수님과 함께 걸을 수 있도록 말이다.

미론 페레이라 신부(예수회)

예수회 사제로서 평생을 기자 양성 등 언론활동에 힘써 왔다. 인도 하비에르 커뮤니케이션 연구소 소장을 지냈으며,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라 크루아(La Croix) 등 다양한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