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신앙의 물주기 / 한대용

한대용 바르나바,제1대리구 향남본당
입력일 2022-04-26 수정일 2022-04-26 발행일 2022-05-01 제 3292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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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나 사무실 등에서 꽃을 키워본 적이 있는 분들은 잘 알 것입니다. 제때 꽃이나 식물에 물을 주지 않으면 말라버리고 결국은 죽게 됩니다. 사람인 우리들도 물을 마시지 않으면 며칠을 버티지 못하고 죽게 될 것입니다.

저는 성당에 다니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물을 마시기 위해서가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정기적으로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 몸을 모시고 그 모신 몸으로 한 주를 살아가는 기운을 얻고 이렇게 살아가는 것이 신앙인으로서 당연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사는 어디에나 다 계시는데 꼭 성당에 가야 하느냐”고 되묻는 분들이 있습니다. 자신은 “성당에 가지 않아도 신앙을 지켜낼 자신이 있다”고 하면서 말이죠.

그분이 얘기하고자 하는 의미를 생각해 보지만, 가만히 시간을 두고 지켜보면 영혼의 갈증이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시간이 지나면 그 갈증이 메말라서 신앙의 꽃이 완전히 시들어 버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보게 됩니다.

교리교사로 봉사하던 많은 분이 그 봉사를 그만두면 성당에 자주 나오지 않고 냉담 교우로 변하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30년 이상 교리교사로 봉사하며 그런 사례를 자주 보았는데 너무 안타깝고 마음이 아픕니다. 봉사를 즐거움이 아닌 짐처럼 의무감으로 생각해서 많이 힘들었나 봅니다.

하루하루 생계의 끼니 걱정으로 성당을 멀리하시는 분, 상대적 박탈감이나 허탈감에서 받는 상처로 교회를 멀리하고 계신 분들도 계십니다. 저희의 역할은 이런 분들을 위해 기도드리는 것입니다. 이분들이 하루 빨리 주님을 찾아와 흠뻑 신앙의 물을 받아가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콩나물은 우리가 많이 먹는 음식 중 하나인데 어떻게 자라는지 아시나요? 네, 그렇습니다. 물만 주면 되지요. 시루에 콩나물을 넣고 물만 주면 자랍니다. 물만 주면 자라지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콩나물을 키우는 사람은 ‘매일매일’, ‘자주자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물을 잘 줘야 본인도 모르게 콩나물이 잘 자랍니다. 우리의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앙을 키우려면 ‘매일매일’, ‘자주자주’,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물을 잘 줘야 나도 모르는 사이 나의 신앙이 부쩍 커져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꽃이 물 없이 살기 힘들 듯, 우리도 주님이 주시는 생명의 물 없이는 살아갈 수 없음을 기억하고 주님께 생명의 물을 청하는 한 주가 되면 어떨까 합니다. 모든 분에게 주님의 따뜻한 은총이 함께하시길 기도합니다. 아멘.

한대용 바르나바,제1대리구 향남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