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민족·화해·일치] 로사리오 기도 드릴 때 / 박천조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2-05-03 수정일 2022-05-03 발행일 2022-05-08 제 3293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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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모 성월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성당에 모여 드리지 못했던 성모 성월 묵주기도를 이번에는 함께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감격스러울 따름입니다.

성모 성월이면 생각나는 성가가 있습니다. 바로 가톨릭성가 271번 ‘로사리오 기도 드릴 때’입니다. 돌아가신 어머님이 좋아하셨던 성가라 더 마음에 와 닿습니다. “내게 평화 주시며 맑은 마음 주시니. 모든 근심 사라지고 희망 솟아오르네. 항상 도와주옵소서. 인자하신 어머니.”

개성공단에서는 매주 수요일 저녁에 천주교를 믿는 주재원 신자들이 모여 묵주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그 신앙 공동체의 명칭이 ‘로사리오회’였습니다.

‘로사리오회’는 2008년 11월부터 시작이 됐습니다.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주재원들의 근무교대 주기가 2~4주다 보니 묵주기도를 함께 드리는 방식을 통해 신앙을 지키고자 했습니다. 비록 사제와 함께하지 못했지만 적지 않은 분들이 참여하셨습니다. 그 속에서 신앙과 생활의 고충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안정된 장소가 없다 보니 주재원 숙소, 기업의 회의실 또는 사무실 공간 등 유목민처럼 이동하면서 모임을 진행했습니다.

우리 신앙 공동체의 존재는 북쪽 관계자들도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로사리오회 회원’들은 말과 행동을 올바르게 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왜냐하면 북쪽 친구들에게 우리 신앙에 대한 선입견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십자고상, 성모상, 묵주, 촛대, 초, 「매일미사」, 성가 복사본 등을 어렵게 구해 와 함께 바쳤던 묵주기도를 잊을 수 없습니다. 박해시대와 비교할 수 없지만 우리 신앙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 신자들 중에는 여전히 ‘민족의 화해와 일치를 위한’ 활동을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분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고쳐 보면 너그러움이 생길 것입니다. 우리가 여타 지역에서의 선교에는 공감하면서 가까운 선교지인 북쪽에서의 선교에 대해서만 인색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공격적 선교가 아닌 현지 상황에 맞는 선교방식이 필요합니다. 그러하기에 남북이 함께하는 공간을 자주 만들어야 하고 그 속에서 우리 신앙인들이 내뿜는 향기가 중요합니다.

성모 성월이 되니 로사리오회와 북쪽 선교, 그리고 민족의 화해와 일치까지 점점 생각이 깊어져 가는 하루입니다.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