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도시서 텃밭 가꾸며 단순·소박하게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05-03 수정일 2022-05-03 발행일 2022-05-08 제 3293호 20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농부이신 하느님 닮아가는 삶 체험
참여자 11년새 약 12배 증가
교회도 관련 프로그램 운영

옥상에 만들어진 작은 텃밭.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농민사목위원회(위원장 양기석 스테파노 신부)는 올해도 경기도 안성 미리내성지 내 생태농장에서 생태텃밭을 분양한다. 매년 3월부터 11월까지, 텃밭농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든지 선착순으로 신청, 분양을 받을 수 있다.

텃밭을 분양받은 이들은 한 달에 2차례 있는 텃밭 가꾸기 교육에 참여하고 4월부터는 직접 경작을 해서 계절별 작물을 심고 거둔다. 농약 범벅 채소 대신, 생태적 순환과 생명을 체험한 성과로서 알차게 거둔 작물로 꾸려진 밥상은 우리에게 몸과 마음의 건강을 모두 선사한다.

4월 11일은 2017년부터 법정 기념일로 지내는 ‘도시농업의 날’이다. ‘도시농업’은 도시 지역의 토지나 건축물, 기타 생활공간을 활용해 농작물이나 수목, 화초를 재배하는 것을 말하고, 도시농업을 하는 이들은 ‘도시농부’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15만3000명에 불과했던 도시농부는 2021년 184만8000명으로 약 12배 증가했고 올해는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텃밭 면적도 104㏊에서 1060㏊로 10배가량 늘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참여자 수가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했다.

도시농업은 다양한 사회적, 경제적 기능을 갖는다. 건물 옥상을 텃밭으로 가꾸면 냉난방비를 16.6% 절감하는 효과가 있고, 가정의 음식물 쓰레기를 퇴비로 재활용할 수도 있다. 옥상 100㎡(30평)를 녹화하면 연간 2㎏의 오염물질을 줄이고 성인 2명이 호흡할 수 있는 산소를 만든다. 텃밭 가꾸기 체험 과정에서의 만족감과 성취감, 치유의 기능도 높이 평가된다. 특히 아파트 텃밭 프로그램 참여 집단은 정서적 친밀감과 공동체 의식이 높아지고 스트레스 지수는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교회에서도 여러 기관에서 텃밭 가꾸기와 도시농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교회에서 운영하는 도시농업 프로그램은 소농과 가족농, 유기 순환적 생명 농업, 도시농업을 실천하며 ‘농부이신 하느님’을 닮은 단순하고 소박한 삶의 체험을 지향한다.

서울대교구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본부장 이승현 베드로 신부)의 천주교농부학교가 대표적이다. 농부학교는 지난 2006년 처음 시작, 도시지역 시민들에게 생태농업의 철학과 농법을 가르치고 시민들이 직접 농사짓는 공간을 마련한다. 올해에는 1~14기 농부학교 수료생을 대상으로 하는 심화교육 프로그램을 3~6월 실시하고 있다.

수원교구 생태환경위원회는 “생태 텃밭을 가꾸면서 실천하는 생태적 회심을 통해 소비주의에 물들었던 삶에서 탈피해 물질적으로는 검소하지만 정신적으로는 풍요로운 삶을 체험할 수 있다”며 “나아가 이를 통해 가난한 이웃과 황폐한 자연 생태계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