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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남 신부의 톡 쏘는 영성] 사랑 그 미묘한 것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
입력일 2022-05-04 수정일 2022-05-04 발행일 2022-05-08 제 3293호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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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 미워하거나 홀대하면
마음도 삭막해지고 황량해져
하느님과 타인에 대한 사랑만큼
자신을 사랑하는 것 또한 중요

주님께서는 성경에서 누누이 사랑을 강조하십니다. 심리치료에서도 마찬가지로 사랑의 심리적 치유효과에 대해 강조합니다. 마음의 건강은 사랑으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랑에 대해 우리 교우분들이 혼란스러워하는 것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입니다. “하느님과 이웃에 대한 사랑은 알겠는데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것은 이해가 안 간다. 자기를 사랑하는 것은 이기적인 사람이 되라는 것이 아니냐”하는 반문을 하시는 분들이 많으십니다.

사랑은 세 가지가 균형이 잡혀야 합니다. 나와 하느님의 사랑, 나와 너와의 사랑, 그리고 나와 나와의 사랑의 관계가 균형 잡혀야 합니다. 이중에서 가장 소홀히 취급받는 것이 나와 나와의 사랑입니다. 심지어 교우분들 중에는 자기를 미워하는 것이 하느님을 사랑하는 것이라는 황당한 주장을 하는 사람조차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을 미워하거나 홀대하면 마음 안이 사막처럼 황량해지고 사랑의 물이 메말라 버리기에 무엇보다도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소홀하면 안 됩니다.

두 번째로 혼란스러워하는 것은 사랑을 꼭 마음 안에 진솔한 감정을 가득 채워서 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운사람을 사랑해야 하는데 마음을 다하지 못했다는 웃지 못 할 고백을 듣곤 합니다.

미운사람을 사랑해 주는 것도 힘든데 감정까지 다하란 것은 죽으란 말과 같습니다. 미운사람을 위해서 기도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한데 그 이상으로 하게 되면 나중에 짜증이 나서 더 미워할 수도 있으니 감정이 실리지 않더라도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습니다.

꼰대 유머를 하나 나눠봅니다. 비신자인 할머니가 신자 할머니에게 은근 시비를 걸었습니다. “예수란 양반 여자를 그리 좋아했다며?”, “언놈이 그딴 소리 한다요?”, “내가 성경을 쪼까 읽어보니 그렇더만?”, “성경 어디?”

“그 양반 뻑하면 마리아인가 마르타인가 하는 다 큰 처녀들 집에 갔다누만.”, “헐.”

“글구 죽었다 살아나서도 어미보다 마리아 막달레나인가 뭔가 하는 지집부터 먼저 만났다지?”, “허어얼.”

제대로 말도 못하고 부아가 치민 신자 할머니는 바로 성당에 가서 주님께 “주님 그때 처신을 잘하셨어야지. 왜 고땀시로 하셔서 저런 무식쟁이 할멈에게 내가 개망신 당하게 하시는 것입니까”하며 따졌습니다. 그러자 주님께서 머리를 긁적이시며 “미안타. 내가 그때 서른 살 총각이었던지라”라고 말씀하셨답니다.

“아무리 그래도 주님은 하느님이시지 않습니까?”

“그건 맞는데 인성도 가진 하느님의 아들이기도 하단다. 나도 사람인데 어쩔 수 없더구나. 용서해주라.”

홍성남 마태오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