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믿을교리 해설 - 아는 만큼 보인다] 170. 향주덕(「가톨릭 교회 교리서」 1812~1813항)

입력일 2022-05-25 수정일 2022-05-26 발행일 2022-05-29 제 3296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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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사추덕 추구하는 이에게 ‘향주덕’ 불어넣어 주신다

보니파치오 데 피타티의 ‘향주삼덕을 가진 마리아’.

어떤 이들은 “희망을 품어라!”, “믿음을 가져라!”, 혹은 “사랑해라!”라고 쉽게 말합니다. 하면 될 것처럼 말합니다. 그러나 믿음, 희망, 사랑은 몰라서 못 하는 게 아니라 자기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희망을 품게 하고 믿음을 가지게 하고 사랑하게 해주는 대상이 먼저 존재해야 합니다.

물론 자기의 노력으로 생기는 덕이 있습니다. ‘사추덕’입니다. ‘현명함과 용기와 절제, 그리고 정의’는 노력하면 얻어집니다. 동방박사들이 이 덕을 가져서 구세주께로 이끄는 하늘의 별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하늘의 별이 ‘향주덕’입니다. “하느님께서 그들의 영혼에 불어넣어 주시는 덕입니다.”(1813)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따라서 그리스도께로 이끄는 향주덕을 얻기 위해 먼저 세상 것들에 대한 집착을 버려야 합니다. 동방박사들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위해 가진 모든 것을 포기할 용기가 없었다면 그 별을 따라나설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사추덕을 키우지 않으면 향주덕에 매력을 느끼지 못합니다. 지상의 가치가 아닌 하늘의 가치를 추구하게 된 이들을 하느님은 향주덕으로 부르십니다.

「해님달님」 동화에서 두 어린 남매를 키우기 위해 어머니가 떡을 팔다가 호랑이에게 잡아먹힙니다. 여기서 호랑이는 세상의 법을 말합니다. 세상의 법이란 돈을 좋아하고 쾌락을 추구하며 힘의 논리대로 살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대로 살다가는 세상이라는 호랑이에 잡아먹힙니다. 호랑이는 엄마 목소리를 내지만 실제로는 남매를 사랑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남매는 현명하고 용기 있는 아이들이었습니다. 세상은 허무로 끝날 것임을 알았습니다. 세상의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을 본 것입니다.

남매가 세상에서 도망치기를 간절히 원하자 하늘이 ‘동아줄’을 내려줍니다. 이것이 향주삼덕입니다. 지상의 것을 덜 희망하고 덜 믿고 덜 사랑하게 되니 천상의 것을 더 믿고 사랑하고 희망하게 된 것입니다. 남매는 동아줄을 꼭 붙들어 하늘의 해와 달이 됩니다. 인간의 본성을 넘어 하늘의 본성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이런 의미로 향주덕은 인간이 추구해야 할 모든 덕의 근간이 됩니다. 삶의 진정한 의미와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인간적인 덕들은 인간의 능력을 하느님의 본성에 참여하기에 적절하게 해주는 향주덕에 그 뿌리를 둡니다.”(1812)

해님달님이 된 남매처럼 하늘을 바라봅시다. 아기는 기본적으로 하늘을 바라볼 줄 압니다. 그래서 부모가 자신에게 바라고 믿고 사랑하는 마음을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부모의 자녀가 되고 부모의 본성에 참여하게 됩니다. 부모가 먼저 희망하고 믿어주고 사랑했기 때문에 자녀가 부모처럼 세상을 살 능력을 갖추게 된 것입니다.

우리 각자 위에도 이 동아줄이 내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아기처럼 순수하게 하늘을 바라보지는 않습니다. 세상은 땅의 것만을 추구하게 만들어 머리를 들어 이 동아줄을 볼 여유를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하느님 자녀가 될 수 있다는 믿음과 희망과 사랑이 생겼다면 이는 하느님께서 먼저 희망하시고 믿으시고 사랑하셨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아기에게 부모가 그렇듯이, 이 향주덕의 동아줄을 내려주신 분은 반드시 살아계실 수밖에 없습니다.

전삼용 노동자 요셉 신부(수원교구 영성관 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