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인의 눈] 「교회헌장」 읽어 보셨나요 / 고계연

고계연 베드로 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
입력일 2022-05-30 수정일 2022-05-31 발행일 2022-06-05 제 3297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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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헌장」을 읽어본 신자들은 얼마나 될까요? 아마도 만 명 중 한 명도 안 될 겁니다.”

가톨릭교리신학원 수업에서 강사 신부님의 얘기를 듣고 뜨악했다. “에이, 설마… 이건 과장일 거야.” 이런 생각이 잠시 스쳤다. 「교회헌장」은 교회의 쇄신과 사회 문제를 놓고 현대 세계와 대화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산물이 아닌가. 필자도 전례·교회·계시·사목 등 4대 헌장을 제대로 접해 본 적이 없으니 금세 수긍하고 말았다.

“교회는 세상 안에서, 세상을 위해, 즉 인류의 구원을 위해 있고 따라서 세상을 향해 열려 있어야 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을 고(故) 김수환 추기경께서는 이렇게 드러내셨다. 우리는 이 공의회를 높이 평가하는 반면 그 정신을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가장 최근에 열린 보편 공의회가 성령의 감도로 빛나는 결과물, 즉 4대 헌장을 내놓은 지 57년이 지났지만 본당에서 언급되는 일은 드물다. 게다가 신자들은 헌장의 제목 정도만 기억할 뿐이다.

지난 2년 반 동안의 코로나19 ‘불길’이 어느 정도 잡혀 대면 활동이 늘어나는 형국이다. 그런데 교회를 찾는 발길은 여전히 뜸하고 성사 생활의 회복은 더디다. 왜 그럴까? 한 가지 예를 들자면 방송 미사에 익숙해진 나머지 우리 안에 개인주의, 편의주의가 똬리를 틀고 있다. 개신교회에서도 교회의 신뢰도 하락에 주목하면서 이른바 ‘가나안 성도’를 얘기한다. 그들은 그리스도교적 자의식을 가졌지만 교회에 나가지 않는 교인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젖과 꿀이 흐르는 땅 ‘가나안’을 ‘안 나가’로 뒤집어 냉소하는 사례다. 지난 2018년 한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 4명 중 1명꼴로 비출석 교인이다.

그렇다고 가톨릭교회는 예외일까. 부정하고 외면하고 싶지만 큰 차이가 없다. 지난 4월 나온 「한국천주교회 통계 2021」에 따르면 주일미사 참여율은 한 자릿수로 떨어져 8.8%였다. 신자 100명 중 고작 9명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20~39세 청년 신자 수도 15년 만에 최저다. 2030 그들은 왜 성당을 떠날까. 취업 등 현실적 어려움이 큰 이유이지만 교회의 무관심과 배려 부족도 한몫한다. 사목자와 어른 신자들이 MZ 세대의 취향을 이해하고 좀 더 다가서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교회헌장」에서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면서도 신부, 신자들의 어머니, 지상 나그넷길의 순례자로 본다. “사람들은 마치 문과 같은 세례를 통하여 교회로 들어온다.”(「교회헌장」 14항) 따라서 교회는 하느님께 불림을 받은 이들, 즉 사목자와 수도자, 평신도들의 공동체다. 우리의 신앙은 흩어진 개인이 아니라 함께할 때 신앙 감각의 중개를 받고 진정한 구원과 은사가 충만할 것이다.

필자가 수학하고 있는 교리신학원도 곧 방학을 맞는다. 지난 넉 달 동안 많은 과목을 듣고 반쯤 잠긴 눈과 귀를 새롭게 열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 만학도인 학우들은 배운 것을 기억하고 되살려 내기가 쉽지 않다. “시루에 담긴 콩나물을 생각해보세요. 콩에 물을 끼얹으면 물은 아래로 새 버리죠. 그러나 이런 작업을 되풀이하면 콩은 콩나물이 되어 자랍니다.” 수업 때 들었던 한마디에 무릎을 탁 치며 위안을 얻는다.

하느님의 말씀을 따르는 우리는 성경과 교회 문헌, 특히 영적 보화가 가득한 헌장에 친숙해야 한다. 주교회의 홈페이지(cbck.or.kr) 문헌마당에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를 클릭하면 헌장, 교령, 선언 순으로 갈무리돼 독자를 기다린다. 읽고 또 읽어서 체화될 수 있도록 힘쓰자. 그분의 사랑에 한 발 더 다가가고 팍팍한 세상살이에서 힘과 위로를 얻을 수 있는 길이다.

고계연 베드로 전 가톨릭언론인협의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