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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경제 마인드 공부-욕심과 야망 / 이정철 바오로 신부

이정철 바오로 신부,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05-31 수정일 2022-05-31 발행일 2022-06-05 제 3297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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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의 사전적 의미는 ‘분수에 넘치게 무엇을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하고, ‘야망’은 ‘크게 무엇을 이루어 보겠다는 희망’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보면 욕심은 부정적인 의미로, 야망은 긍정적인 의미로 주로 쓰인다. 그러나 때론 “야망이 욕심을 부르고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말처럼 야망까지 부정적인 의미에 포함하기도 한다.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 “자기 그릇을 알자”, “분수에 맞게 살자” 등 욕심이나 야망에 주의하도록 하는 말들이 있다. 욕심을 부리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거나 혹은 피해를 받기도 하고, 야망을 좇다가 한순간 나락으로 가는 경우도 있으며, 마음의 평화가 깨지거나 건강을 해치기도 하므로 욕심이나 야망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또 그리스도교에서는 탐욕을 칠죄종 중의 하나라고 보기에 더더욱 부정적으로 바라본다.

하지만 실제 현실의 삶에서는 욕심과 야망에 대한 부정과 긍정의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이 연봉 1억 원을 꿈꾸는 건 욕심일까 야망일까? 15평짜리 월세 사는 사람이 100평짜리 자가 전원주택을 꿈꾸는 건 욕심일까 야망일까? 건물 세입자가 건물주를 꿈꾸는 건 욕심일까 야망일까? 사실 딱히 이것만으로는 욕심인지 야망인지 알 수가 없다. 왜냐하면 연봉 1억 원을 받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다면 야망일 수 있겠지만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하는 일 없이 1억 원을 요구한다면 당연히 욕심이라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결과론적이고, 아직 꿈을 꾸는 단계에서는 그것이 욕심인지 야망인지는 알 수 없다. 그런데 이런 사람에게 앞서 얘기했던 “송충이는 솔잎을 먹고 살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을 과연 할 수 있을까?

욕심과 야망을 부정과 긍정으로 나눴지만, 일반적으로 야망이 있는 사람은 욕심도 있고 반대로 욕심이 없는 사람은 야망도 없다. 또한 야망은 비전(vision)과도 연결된다. 야망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혹은 자신이 속해있는 단체의 미래 비전을 갖고 있다. 미래 비전을 위해 야망을 갖는 건 나쁜 것도 아니며 이를 이루기 위해선 사실 욕심도 필요하다. 하지만 비전 자체가 옳지 않다면 그에 따른 야망이나 욕심도 긍정적으로 보긴 어렵다. 비전이 올발라야 야망이나 욕심도 긍정적인 의미가 되는 것이다.

예수님의 비전은 무엇이었을까? 예수님은 많은 이들이 구원받기를 원하셨다. 또한 세상에서는 서로 사랑하기를 바라셨다. 제자들에게도 비전을 주셨는데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예수님께서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것이다. 이것을 시대에 맞게 구체적으로 꿈꾸는 것이 현실을 사는 우리의 비전이 될 것이고 교회가 꿈꾸는 야망일 것이다. 이러한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욕심 좀 부려도 되지 않을까?

이정철 바오로 신부,제2대리구 부곡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