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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73.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304항)

입력일 2022-06-14 수정일 2022-06-14 발행일 2022-06-19 제 329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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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은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평화로운 수단이어야 한다
분쟁 해결을 위한 모든 노력이
효력 없을 때만 인정되는 파업
교섭 이어가려는 상호 의지 중요
국민들도 공감하도록 설득해야

레오: 화물차 파업으로 운송 차질이 빚어져 주점에 술이 없대요! 이기적이에요! 당장 파업을 철회해야 해요!

마리아: 화물차 운전하시는 분들이 장시간 운전과 열악한 수입 때문에 고생이 많았대요. 파업이 발생한 이유라고 하네요.

스텔라: 그래서 안전운임제를 시행했는데 상황이 나아졌대요. 그래서 이걸 계속 할지 말지가 쟁점이래요.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와 연관된 거죠.

율리아: 제3자인 우리도 성숙한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파업으로 인해 불편하지만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합리적 대안이 도출되도록 관심가져야 해요.

■ 화물차 파업사태

화물차 파업사태 어떻게 보십니까? 노사 갈등이 격화되며 타결은 요원합니다. ‘화물연대 경찰관 폭행으로 연행’, ‘물류운송 방해 화물연대 조합원 체포’, ‘물류 차질로 생산라인 정지, 산업과 민생 비상’과 같은 파업을 규탄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국민 안전과 화물시장 정상화를 위한 파업’, ‘안전운임제 시행과 물류비 인상은 관련 없다’, ‘국민과 교통안전이 중요’라며 파업의 불가피함을 옹호하기도 합니다.

간혹 뉴스에서 거대한 화물차의 과적과 과속으로 안타까운 교통사고가 잦았다는 기사를 보신 적 있으시지요? 화물 운송자들의 열악한 수입구조와 장시간 노동 때문이었고 보도가 나온 후 많은 국민들이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2020년 1월 1일 화물차주의 적정한 임금과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시작됐습니다.

■ 상반된 입장

3년 기한으로(3년 일몰제, 2022년 12월 31일까지) 안전운임제가 시행된 후 과속과 과적, 교통사고가 줄고, 노동자인 화물차주의 근무여건 개선이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이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 노사간 입장 차이와 이해관계 대립도 첨예한 상황입니다. 요컨대, 화물연대는 운송비용 상승 원인을 안전운임제도가 아니라 유류비용이나 물가 상승으로 해석하고 그래서 이 법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화주협의회는 이 법이 강제적이며 실효성이 없기에 불필요하다는 입장인 셈이지요. 결국 모든 파업 사태의 본질이 그러하듯 핵심 관건은 비용입니다. 사회 곳곳에서 타결을 위한 노사 대화를 촉구하고, 이를 위해 정부의 중재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 자신들의 입장을 공감하게 해야

모든 수단을 동원해도 어쩔 수 없을 때 파업은 불가피하다고 가톨릭 사회교리는 이야기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304항) 그러나 파업은 분명 개인과 사회에 손해를 끼칩니다. 상호 교섭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 도출로 상황을 조속히 수습해야 합니다. 그러한 과정에 왕도는 없습니다. 교섭을 이어가려는 상호 의지와 책임감 있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노사 모두 자신들이 알리고 표현해야 할 입장을 국민들이 공감하도록 지혜롭고 설득력 있는 방법을 취해야 합니다.

“교회의 사회교리는 분쟁 해결을 위한 다른 모든 방법이 아무 효과가 없을 때에는 파업의 정당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파업은 언제나 자신의 요구를 제시하고 권리를 쟁취하기 위한 평화로운 수단이 되어야 한다. 파업이 폭력을 수반하거나, 근로 조건과 직접 관련되지 않는 목적 또는 공동선에 어긋나는 목적을 내걸었다면, 그것은 도덕적으로 용납할 수 없게 된다.”(「간추린 사회교리」304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