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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안나 카레니나 법칙 / 박천조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
입력일 2022-06-15 수정일 2022-06-15 발행일 2022-06-19 제 329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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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 카레니나’는 톨스토이의 수많은 작품 가운데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소설 제목입니다.

행복의 조건을 모두 갖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던 소설 속 주인공 안나 카레니나가 다가오는 기차에 몸을 던져 생을 마감합니다. 그 이유는 마음속의 ‘공허함’ 때문이었습니다.

이 소설의 첫 머리에는 이런 문장이 나옵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 저마다의 다른 이유로 불행하다.”

이 의미는 결혼생활이 행복해지려면 많은 부분에서 그에 맞는 요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격, 교육, 종교, 경제력 등 말입니다. 이를 보면 연애시절의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기가 참으로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서로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법칙은 비단 한 명의 개인이나 가정에만 국한된 내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국가에도 적용이 가능해 보입니다. 한 국가의 국민이 행복하고 국가의 품격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하나의 요소, 예를 들어 경제적 풍요만 갖춰서는 안 될 것입니다. 정치적 안정, 튼튼한 안보,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 등 여러 요소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러한 요소를 갖추지 못한 나라는 언젠가는 무너진다는 사실을 우리는 역사에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안나 카레니나를 보면서 한 국가가 행복해지기 위해 가져야 할 요소 중에 쉽게 놓칠 수 있는 것이 바로 ‘화해’와 ‘평화’의 마음이라 생각했습니다.

오랜 시간 우리 민족에게 자리 잡은 생각이 있다면 춘추전국시대 장군 사마양저(司馬穰苴) 가 말했던 ‘국수강대 호전필망 천하수안 망전필위’(國雖强大 好戰必亡 天下雖安 忘戰必危)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즉 ‘나라가 비록 강대하다 해도 전쟁을 좋아하면 반드시 망하고 천하가 비록 평화롭다 해도 전쟁을 잊으면 반드시 위태로워진다’는 의미입니다.

우리처럼 외부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로서는 안보에 대한 준비를 지속적으로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와 목적은 바로 ‘화해’와 ‘평화’의 정착임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안나 카레니나의 마음속 ‘공허함’에서 알 수 있듯 행복을 원하는 인간이 놓치기 쉬운 것이 바로 ‘화해’와 ‘평화’를 지향하는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박천조 그레고리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