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교회

[글로벌칼럼] (105)시노달리타스와 교황 선출/ 로버트 미켄스

입력일 2022-06-28 수정일 2022-06-28 발행일 2022-07-03 제 3301호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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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이 추기경 뽑는 상황에서
추기경이 교황 선출하는 방법
부당하다는 의견 꾸준히 제기
현 교황이 변경할 수 있을까

‘새 교황 선출 방법에 관해 추기경 3명 사임 위협’. 1972년 10월 6일자 ‘내셔널 가톨릭 리포터’(NCR)의 기사 제목이다. NCR의 데스먼드 오그래디 기자는 이 세 추기경이 로마의 주교를 뽑는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 기준을 변경하도록 바오로 6세 교황을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콘클라베에 각국 주교회의 의장과 교황청 부서장과 교구장을 맡고 있는 추기경만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이탈리아 토리노대교구장 미켈레 펠레그리노 추기경도 힘을 보탰다. 당시 펠레그리노 추기경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중 콘클라베 참여자에 변화를 줘야한다고 주장했다. 많은 공의회 교부들도 그를 지지했다. 이들은 교황이 재량에 따라 서임하는 추기경들이 교황을 선출하는 것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가 지향하는 주교단의 합일성에 위배된다고 믿었다.

벨기에 브뤼셀대교구장 레오 요제프 수에넨스 추기경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었다. 1969년 5월 수에넨스 추기경은 프랑스의 한 가톨릭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교황 선출 방법을 바꾸면 온 교회의 공동책임성을 증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53년이 지난 현재, 수에넨스 추기경이 당시 인터뷰에서 했던 말들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그간 제안했던 교황청과 지역교회의 관계 재정립, 교황의 수위권과 합일성, 교황과 교황청 등의 이슈들과 놀라울 정도로 비슷하다. 여기에는 교황대사의 위치와 사명, 추기경단의 역할도 포함된다. 현 교황은 추기경단의 역할을 제외하고는 이 모든 이슈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교황은 이전에 추기경이 없었던 교구와 기관에 추기경을 서임하고 있지만, 이는 펠레그리노 추기경과 수에넨스 추기경과 같은 개혁가의 요구와는 동떨어져 있다.

이는 단순한 지리적인 문제가 아니다. 수에넨스 추기경이 1969년 인터뷰에서 지적했던 것처럼 추기경단은 교회의 다양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교황이 독자적으로 추기경을 서임하는 방식으로는 이를 바꿀 수 없다. 수에넨스 추기경은 평신도도 교황을 비롯해 고위직 성직자 선출에 어느 정도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하지만 바오로 6세 교황은 이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그는 1973년 3월 초 추기경회의에서 동방 가톨릭교회의 총대주교들과 세계주교시노드 상임위원회 위원 15명도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결국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 샌프란치스코대교구장 존 퀸 대주교는 1999년 저서 「교황직의 개혁」에서 교황 선출 방법 변화에 관한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했다. 퀸 대주교는 추기경단이 교황과 전 세계교회를 위해 봉사하는 ‘특별한 기구’라고 인정하면서도 세 가지 측면에서 개혁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여기에는 추기경단이 주교단 중 특정 집단이라는 점, 동방 가톨릭교회와의 불편한 관계, 교황 선출 독점권이 포함됐다. 퀸 대주교는 추기경들이 교황 선출권을 독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면서 “적어도 주교회의 의장 중 몇몇은 콘클라베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은 가톨릭교회의 공동생활과 의사결정과정에 시노달리타스를 접목시키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노력과 부합한다. 교황은 모든 하느님 백성이 다양한 방법으로 교회의 운영에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지만, 주교 선택과 임명, 특히 교황 선출에 관해서는 아무 변화도 주지 않았다.

교황은 오는 8월 전 세계 모든 추기경을 소집한다. 명목상 이번에 추기경들을 소집하는 목적은 새 교황령 「복음을 선포하여라」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새 교황령은 아직까지 이탈리아어로만 발표됐고, 많은 추기경들, 아마도 과반은 이탈리아어로 된 이 교황령을 읽어보지도 못했을 것이다. 과연 추기경들이 이 교황령에 대해 논의할 수 있을까?

로마에서는 오는 8월 추기경회의에 관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향후 거취에 대해 중요한 발표를 하고 이를 논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물론 추측일 뿐이다. 하지만 교황은 사임을 발표하게 된다면 모든 추기경 앞에서 하길 바랄 것이다. 교황이 바로 사퇴를 한다거나 베네딕토 16세 전임교황처럼 몇 주 앞두고 사퇴를 발표하진 않을 것이다. 만약 수개월 혹은 그 이상 추기경들에게 식별의 시간을 준다면 어떻게 될까? 식별하는 동안 하느님 백성의 참여가 결정된다면 교황을 선출하는 데 구체적인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교황은 아직 카드를 내놓지 않고 있고, 우리는 교황이 콘클라베에 어떤 변화를 줄지 짐작할 수 없다. 누군가는 아직 개혁이 기초 단계인 상황에서 나이든 교황이 또 다른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세기 모든 교황들은 사도좌 공석 상황에서 새로운 교황을 선출하는 것과 관련해 교황령을 수정했다.

만약 교회의 삶에 관해 거의 모든 것을 바꾸고 개선해 온 프란치스코 교황이 새로운 교황 선출에 관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아주 특이한 일일 것이다. 펠레그리노와 수에넨스 추기경, 퀸 대주교의 유령이 도사리고 있다.

로버트 미켄스

‘라 크루아 인터내셔널’(La Croix International) 편집장이며, 1986년부터 로마에 거주하고 있다. 교황청립 그레고리오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했고, 11년 동안 바티칸라디오에서 근무했다. 런던 소재 가톨릭 주간지 ‘더 태블릿’에서도 10년간 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