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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친환경 평화 / 강주석 신부

강주석 베드로 신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입력일 2022-07-05 수정일 2022-07-05 발행일 2022-07-10 제 330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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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이었던 지난 6월 6일 한미 연합군은 지대지미사일 8발을 동해로 발사했다. 다소 낯설게 느껴지는 이 군사행동은 바로 전날 이뤄진 북한의 미사일 8발 도발에 대한 대응이라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이날 발사된 지대지미사일은 에이태킴스(ATACMS)로 한국이 7발, 미국이 1발 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태킴스는 탄두에 900여 개의 자탄(子彈)이 들어 있어 단 한 발로 축구장 3~4개 크기 지역을 초토화할 수 있다고 한다.

언론은 한미가 동해로 발사한 미사일들이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는 꼭 응징하겠다는 새 정부의 굳건한 의지 표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한미 당국 역시 ‘맞불 미사일 발사’가 두려워 북한이 태도를 바꿀 것이라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한 선택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지만, 한미의 군사적 대응이 강경해질수록 한반도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군비경쟁이 가속화된다는 우려가 있다. 그리고 미사일 발사 뉴스를 보다가 문득 푸른 바닷물 속에 사는 ‘죄 없는 생명’들이 떠올랐다.

조금만 깊게 생각해 보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은 환경에도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한미합동 군사훈련만 해도 친환경이나 탄소중립의 차원에서 보면 문제가 심각하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범죄와 인간을 말살하는 범죄인 ‘제노사이드’의 악순환을 지적하는 성공회대학교 조효제 교수는 첨단 무기가 동원되는 군사훈련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미 공군의 B-52 폭격기 1대가 1시간 동안 비행하려면, 도시에서 출퇴근용으로 승용차를 모는 운전자가 평균적으로 7년 동안 사용하는 분량의 휘발유가 필요하다. 한미 양국이 2021년 11월에 실시한 ‘비질런트 에이스’ 연합공중훈련에 동원된 군용기 200대가 배출한 탄소량을 상쇄하려면 약 45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한다.”(조효제 「침묵의 범죄 에코사이드」 53쪽)

군사적 무기의 균형은 결코 이 땅에 평화를 보장할 수 없다. 서로를 두려워하면서 모두가 군사력을 증강하고 있는 군비경쟁의 악순환은 그 자체로 인간과 자연이 누려야 하는 평화를 파괴할 따름이다. 남과 북이, 그리고 주변의 강대국들이 서로를 위협하는 군사적 훈련을 멈추고, 사람들과 자연의 생명을 위해 협력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강주석 베드로 신부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