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103세에 세례받은 대전 유성본당 이삼추 할머니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7-05 수정일 2022-07-05 발행일 2022-07-10 제 3302호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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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오면 마음이 편해서 참 좋아요”

“성당에 온 이유요? 교회며 절이며 다 다녀봤는데, 성당에 오면 마음이 제일 편했어요. 그냥 마음이 여기로 향했죠.”

100살이 넘은 나이에 처음 성당을 찾은 이삼추 할머니(데레사·103). 어려운 기도문을 외워야 하고, 긴 시간 앉고 서며 미사를 드려야 하는 성당에서의 첫 경험이 103세 할머니에겐 기쁨으로 다가왔다.

동네 노인정에서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의 “성당에 다니고 싶다”는 말에 “나도 가고 싶다”고 선뜻 손을 내민 할머니는 지난해 10월 31일 대전 유성본당(주임 김희용 베드로 신부)에서 예비신자 교리를 듣기 시작했다.

“귀가 잘 안 들려서 애를 먹긴 했지만, 같이 수업 듣는 분들이 도움을 많이 줬어요. 수업 들으면서 내가 가진 것을 베풀고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살라는 하느님 말씀이 참 좋았어요. 인생은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거잖아요.”

2019년 대한노인회가 주최한 ‘건강한 어르신 선발대회’에서 특별상을 수상할 만큼 건강한 체력을 자랑하는 할머니는 집중도 잘하고 적극적인 태도로 교리수업에 참여해 다른 예비신자들의 모범이 됐다. 결석이나 지각 한번 한 적이 없고, 수업시간에 한 번도 힘든 내색을 보인 적 없다는 게 교리교사의 설명이다.

성당에 온 것은 처음이지만 사실 오래 전부터 할머니는 신앙과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 부모님이 독실한 신자였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머리맡에 성경책을 놓고 매일 기도를 하셨고, 아버지도 열심한 신자셨어요. 어렸을 땐 신앙에 관심이 없었고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죠. 그런데 100살이 넘어서 성당에 오니 그 때 어머니가 왜 그렇게 열심히 기도를 하셨는지 알겠더라고요.”

가족의 평안을 위해, 그리고 언제 세상을 떠날지 모르는 자신을 위해 마음 기댈 곳이 필요했던 할머니는 자연스럽게 어린 시절 어머니가 열심히 기도했던 하느님 생각이 났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7개월의 예비신자 교리를 마치고 지난 5월 15일 세례를 받은 할머니. 세례받은 날을 기억하며 “100살이 넘어서 새로 태어났으니 얼마나 좋았겠어요”라며 “기운이 불끈 솟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하느님의 자녀가 된지 두 달이 채 안 된 103세 ‘새’신자에게 하느님은 어떤 존재일까. 할머니는 “나한테 기운도 주고 건강도 주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주신 고마운 분”이라고 말했다.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