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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전시장에 온 예수님 / 김미소진

김미소진 마리아,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
입력일 2022-08-23 수정일 2022-08-23 발행일 2022-08-28 제 330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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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명동 갤러리1898에서 진행한 ‘예수님, 그림책에서 만나요!’ 전시가 지난 8월 15일을 끝으로 무사히 마무리됐다. 전시장에 방문한 사람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분이 두 분 계시다.

한 분은 1시간이 넘도록 전시장의 모든 그림뿐만 아니라, 캡션에 적힌 글까지 천천히 읽어주시며 사진을 찍으신 나이가 지긋하신 형제님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이렇게 시간을 내어 누군가의 글과 그림을 오래 바라봐준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작품 사진을 잘 찍으려고 허리를 뒤로 굽히는 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참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 기억에 남는 한 분은 몸집이 왜소하고 말을 더듬는 몸이 불편하신 형제님이었다. 그분께서는 내 그림을 보시고 나서 나에게 다가와 “그림이 너무 귀엽고 따뜻해요”라고 말씀하셨다. 그분의 아름다운 눈에는 나와 나의 작품을 진심으로 존중하는 마음이 담겨있었다. 전시가 끝나고 나서 이 두 분의 모습이 유독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이유는 그분들이 꼭 예수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전시 시작 전날, 어떤 분께서 전시장에 와서 내 작품에 대해 혹평을 하셨다. 처음 하는 개인전이었고 이제 막 희망에 가득 차 전시를 시작하는 시점에 누군가에게서 그런 비평을 듣는 것이 나로서는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분명 내 작품에 대해 칭찬한 부분도 있었고, 굳이 마음에 새길만큼 중요한 말도 아니었는데 자존심이 상했다. 그 사람이 했던 말이 귓가에 맴돌며 전시장 벽에 걸린 내 그림이 왠지 초라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전시하는 동안, 예수님께 감사한 마음보다는 ‘왜 내 그림은 좀 더 근사하지 못했을까’하는 불평하는 마음이 좀 더 크게 자리 잡혀 있었다. 현재 내 그림에 온전히 만족하지 못하고 위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나에게 예수님께서는 두 분의 형제님을 통해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했다.

‘미소진, 난 너의 귀엽고 따뜻한 그림을 사랑해. 그리고 언제나 너를 사랑스러운 눈으로 지켜보고 있단다.’

그러자, 힘과 용기가 났다. 내가 별것도 아닌 것에 쉽게 낙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 작품을 좋게 봐준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둘씩 함께 떠올랐다. SNS로 전시 소식을 보고 찾아와주신 분들, 일러스트 아카데미를 함께 다니는 동료 작가님들과 응원과 격려의 말씀을 해주신 어머니의 지인분들,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로 축하의 꽃다발을 건네준 친구들까지, 많은 분의 축하를 받아 감사한 시간이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받은 사랑을 마음속 깊이 간직하며, 앞으로도 예수님과 즐겁게 다양한 작품을 만들면서 세상에 복음을 전하며 살아가고 싶다.

김미소진 마리아,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