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83. 복음과 사회교리(「간추린 사회교리」 459항)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
입력일 2022-08-30 수정일 2022-08-30 발행일 2022-09-04 제 3309호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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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의 집 지구가 인간 욕심에 의해 고통받고 있다
지난 8월 서울·경기 호우 피해
지구온난화가 사실상 원인
책임 느끼고 생태적 회심해야

지난 8월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사당동 일대 반지하 주택 현장에 강북구 새마을회에서 나와 복구를 돕고 있다. 가톨릭신문 자료사진

베드로: 지난 폭우가 기후위기의 영향이라는데 정말일까요?

스텔라: 산업혁명 이후 기온이 1℃ 상승해서 공기 중 수증기가 6.7% 증가했대요.

율리오: 온도가 높아지면 폭우가 내릴 확률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아요!

비신자: 그냥 비가 많이 온 거겠죠! 몇 년에 한 번 비가 많이 오잖아요?

미카엘: 폭우만이 아니에요! 세계 곳곳에 이상 기후현상이 많아요! 로마에 사는 친구가 올여름 너무 더워서 정말 힘들었대요! 43℃까지 올라갔대요!

비신자: 과도한 걱정 아닐까요?

■ 어떻게 보십니까?

‘지구온난화, 생태위기, 환경재앙’ 얼마나 공감하십니까? 올여름 전 세계에 폭염과 이상기후가 몰아닥쳤습니다. 로마를 비롯한 유럽 전역은 40℃가 넘는 더위에 시달렸고, 온도상승으로 인해 마른 벼락이 잦아져 시베리아 지방은 여름철 화재가 많았습니다. 가뭄과 산불이 많아지니, 강이 마르고 농경지는 황폐해지고 주거와 식량상황도 위협받습니다.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기온 상승은 빙하를 녹일 뿐만 아니라 해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플로리다와 카리브해는 수십㎞에 걸쳐 모자반이 썩어 해변이 악취 가득한 데드존(Dead Zone)이 되고 말았습니다. 한국은 얼마 전 115년 만에 내린 폭우로 피해가 컸습니다. 8월 8일 서울은 1시간 동안 141.5㎜가 내렸습니다. 이번 수해가 지구온난화와 연관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대기 중에 온도가 높아지면 머금을 수 있는 습기가 증가해요. 그만큼 강수로 내릴 수 있는 수증기가 많다는 겁니다. 집중호우가 올 수밖에 없습니다.”(허창회 서울대 교수)

■ 진행된 재난, 늦어지는 대응

인류가족은 교토의정서(1997년)와 파리기후협약(2015년)에도 불구하고 지구온난화를 멈추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 상황을 통제불가능한 재앙으로 진단합니다. 이상 기후현상이 인류가족을 위협하는데 그 징후는 수십 년 전부터 포착됐습니다. 가톨릭교회는 그 이유가 왜곡된 인간 중심주의적 생활 방식과 기술 발달에 대한 맹신,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잘못된 인식에서 비롯됐으며 변화가 긴급한 상황인데도 필요한 조치가 늦춰지고 있음을 명백히 선포합니다.

생태계는 훼손됐고, 수많은 생물종이 사라졌으며, 공동의 집인 지구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가난한 이웃들, 자연에 의지해 살아가는 원주민들, 다음 세대 후손들에게 어려움이 더 가중됩니다.(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2022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문 참조) 많은 분들이 지금의 생태위기는 우리의 잘못된 욕심의 결과이며 생태적 회심이 시급하다는 것에 공감합니다.

■ 피조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9월 1일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로 선포하셨고 이날부터 10월 4일까지를 ‘창조 시기’로 정하셨습니다. 이번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교황님 담화 주제는 ‘피조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라’입니다. 기후위기로 거주지가 손실되고 삶이 위협받는 이들, 동식물과 생태계, 모든 생명체의 목소리를 듣도록 초대합니다. 또한 모든 이웃들과 생명체들을 애도하고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우리의 올바른 행동을 요청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59항) 누군가에게는 그저 먼 나라의 뉴스거리일 뿐인 현실이 다른 누군가에겐 목숨과 삶의 터전을 잃게 하는 현실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희는 피조물들의 조언에 귀를 닫았습니다. 저희는 가난한 이들의 부르짖음과 가장 힘없는 이들의 요청을 듣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지구를 돌보라고 가르치는 전통을 보존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막아 버렸습니다.”(2022년 ‘창조 시기’ 기도문 중)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