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그럼에도 감사 / 이소영 기자

이소영 아녜스 기자
입력일 2022-08-30 수정일 2022-08-30 발행일 2022-09-04 제 3309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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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 있느냐’를 주제로 전시 중인 한상희 작가는 그래도 감사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가사도 해야 하고 경제생활도 해야 해 마음껏 작가로서만 활동할 순 없지만, 그럼에도 전시를 열고 사람들을 만나 안부를 묻고 여전히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음은 참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허리 디스크 때문에 기존처럼 조소를 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새롭게 시도한 재봉·디지털 드로잉 덕에 작가로서 표현의 폭도 넓어졌다고 밝혔다. 주어진 대로 살 뿐, 한 작가는 모든 게 감사하다고 했다.

한 작가뿐만이 아니다. 11월 8일 백수(白壽)를 맞는 ‘아흔아홉’ 윤공희 대주교도 모든 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인생 대부분 타향살이였고, 일제 강점기와 월남, 6·25전쟁과 가족이 헤어지는 남북 분단의 아픔을 겪고, 5·18 민주화 운동을 함께하는 등 고단한 고난의 삶을 지냈지만, 그럼에도 감사하다고, 모든 것은 하느님의 섭리였고, 그래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 대주교는 앞으로도 하느님 섭리에 삶을 맡기고 살고 싶다고 밝혔다.

이렇게 그리스도인은 고통 중에도 하느님 뜻을 발견하며 감사함을 지닌다. 지금 이 순간을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이유가 무엇일지,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 소중함을 헤아린다. 하지만 최근 국회에서는 생명조차 고통, 두려움 등을 이유로 포기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그렇지 않다. 이럴 때 고통의 의미와 삶의 고마움을 전하고 복음을 선포하는 일, 그것이 그리스도인 역할 아닐까. 주님께서도 두려워 말고 복음을 전하라고 하신다.

“그분께서는 너희의 머리카락까지 다 세어 두셨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마태 10,30-31)

이소영 아녜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