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마당

[독자마당] 야생화가 말하는 순교자-성거산성지

김금재(아나스타시아·전주 호성동본당)
입력일 2022-08-31 수정일 2022-08-31 발행일 2022-09-04 제 3309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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聖居山에 묻힌 순교의 聖魂들이시여!

가을바람과 빛으로 나뭇잎들은 붉은색 물들어

님들의 핏빛 천주애(天主愛) 투영되어 다시 말하듯

신유박해(1801년) 전후로

병인박해(1866년) 때에

깊고 깊은 험한 두메산골 골짜기마다

교우촌 이루어 살다가 체포되어

의연하고 당당히 주님을 증거한 이름 있는 23명의 순교자 나시고

순교하신 수많은 무명 치명자들 묻히신 곳

이름도 없이 줄줄이 묻혔다해서

‘줄무덤’이라 불린다고

이름 모를 야생화 무덤가에 가까이 여기 저기 피어난다 하니

님들의 믿음의 혼(魂) 대신함인가!

주 예수님! 한분이면 만족하다고

세상 모든 것 내려놓고 포기해도 된다고

목숨보다 더 귀한 진리 있다고

이름 없고 빛나지 않아도

천주 믿음으로 인생 다 가진 것이라고

비록 포수에 쫓기는 토끼 같은 숨가쁜 위험도

초근목피 가난과 추위와 굶주림도

방랑의 설움과 모진 형틀의 고통도

예수 그리스도 믿다가 망했어도

목숨 피로써 믿음 써 올린 사랑 고백

주님께 드리는 기쁨이면 된다고

주님의 십자가 고통과 부활 영광 생각하면서

천국 복락 누리게 될 지름길로 즐겁게 받아들였노라고

뭘 망설이고 주저하느냐고

뜨뜻미지근한 우리 신앙 촉구하는 듯

이름 없는 님들의 순교의 혼꽃인양

이름 없는 야생화 들꽃들 청초하고 해맑게 피어나

우리를 반겨 맞이하는 듯

향기로 향기로 미소하며 전해옵니다

아직도 슬픔 묻은 소슬바람 부는 산골짜기에

옛 교우촌 흔적만 남아 있고

이름 없어 성인품에 오르지 않아

알려지지도 않고 찾는 이도 드물어

쓸쓸하고 소박하고 초라하게

침묵으로 묻혀서 계시오나

이미 님들은 성인들이시옵니다

님들의 불꽃같은 신앙 열정과

천국 월계관 승리의 환호는

저희 혼의 귓가에 메아리칩니다

‘우리는 이겨서 천주님 곁에 있다’고!

김금재(아나스타시아·전주 호성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