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예수님 마음에 드는 작가 / 김미소진

김미소진 마리아,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
입력일 2022-09-05 수정일 2022-09-06 발행일 2022-09-11 제 331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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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일러스트 아카데미를 다니기 시작했다. 내년 1월에는 졸업 전시회가 있는데, 자신이 원하는 주제로 작품을 만들면 된다. 전시 전까지 아카데미 선생님께서 수강생별로 작품을 개인적으로 피드백 해주신다. 어제는 자기가 어떤 작품을 만들고 싶은지 선생님과 학생들 앞에서 발표하는 날이었다.

나는 아카데미에 들어오기 전부터 「바이블 쿠키」와 「야~ 여기 참 좋다」라는 제목의 책 두 권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바이블 쿠키」는 성경 말씀 300개와 조그만 그림이 함께 들어있는 책이다. 그리고 「야~ 여기 참 좋다」는 우리 주변에 있는 사물, 동물, 상황 등을 통해 하느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주제를 가지고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만화, 그림, 사진, 글로 담은 책이다. 하지만 나는 이걸 선생님 앞에서 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이 됐다. 종교적인 책이었기 때문에 작품에 관해 설명을 하기가 불편하고 어색했기 때문이다.

‘선생님께서 내 작품이 가톨릭적이라고 반감을 품으시는 건 아닐까’라는 걱정도 있었다. ‘종교적이지 않은 작품으로 바꿔야 하나’ 생각도 했다. 그렇게 고민하는 중에, 순간 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5년 전, 그림책 아카데미를 다니는데 출판사 편집자가 내 그림책 「펑 아저씨」를 읽더니 주인공이 예수님을 닮았다면서 캐릭터를 모두 다시 그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종교적이라는 것이다. 그때 나는 마치 큰 잘못을 한 것처럼 예수님을 그린 게 아니라고 발뺌했다. 그 사람이 나를 종교에 심취한 사람처럼 볼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 이후로 시간이 흘러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하며 예수님과 친해져서 이제는 그런 문제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때의 과오를 다시 범하고 싶지 않았다. 결국 나는 용기를 내서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내 예상과 달리, 선생님은 기획을 잘 짠 것 같고 아이디어가 좋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리고 내 작품에 대해 어떤 식으로 작업하면 좋을지 피드백을 해주셨다. 괜히 혼자 걱정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자신의 가치관과 생각을 담아 그림이나, 글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꾸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다 보면 제대로 된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정말 나다운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사람들이 아닌, 예수님의 마음에 드는 작가가 되고 싶다. 예수님께서 나에게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신앙을 드러낼 힘과 용기를 주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구든지 사람들 앞에서 나를 안다고 증언하면, 나도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 앞에서 그를 안다고 증언할 것이다”(마태 10,32)라고 말씀하신 예수님 약속처럼, 삶의 끝에 하느님 앞에 서게 될 때, 예수님께서 나를 기억하고 내 편에 서주셨으면 좋겠다.

김미소진 마리아,제2대리구 분당성요한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