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설립 100주년 맞는 안동교구 점촌동·사벌퇴강본당

방준식 기자
입력일 2022-09-05 수정일 2022-09-21 발행일 2022-09-11 제 3310호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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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롯이 주님께 바친 피와 땀… 꿋꿋이 이어온 100년 신앙 역사

안동교구 소속 본당 최초로 점촌동본당과 사벌퇴강본당이 설립 100주년이라는 경사를 맞이한다. 각각 경북 문경과 상주 지역의 신앙 역사를 대표하는 두 본당은 초기 한국교회 신앙 선조들의 올곧은 신앙심과 척박한 환경에서도 오로지 하느님만을 믿고 의지했던 삶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어 그 의미를 더한다. 100주년 기념미사와 행사를 앞두고 있는 두 본당을 찾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본당이 꿈꾸는 미래 신앙 공동체의 모습을 알아본다.

■ 안동교구 점촌동본당

경북 문경 지역 복음화 산실

박해에도 굴하지 않았던 신앙

‘나눔과 섬김’ 정신으로 이어가

설립 100주년을 맞는 안동교구 점촌동성당 전경. 사진 박원희 기자

“100년의 역사를 간직한 우리 신앙 공동체에는 하느님의 자비가 샘솟고 있습니다. 앞으로 신앙적으로 더욱 모범이 되는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안동교구 점촌동본당 차광철(베다) 주임신부는 “신자분들께서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공동체를 위해 물심양면 노력해주신 점 너무나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밝혔다. 특히 설립 100주년을 기점으로 지역 사회에서 ‘참된 신앙 역사’를 통해 존경받는 신앙 공동체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1959년 점촌동성당 축성식. 점촌동본당 제공

1950년대 점촌동본당 레지오 마리애 단원들. 점촌동본당 제공

점촌동본당이 운영하는 노인대학 강의 모습. 점촌동본당 제공

1922년 9월 24일 설립된 점촌동본당은 갖은 박해 속에서도 신앙을 잃지 않고 교우촌을 형성한 신앙 선조들의 정신을 이어받으며 지난 100년간 경북 문경 지역 복음화의 산실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했다. 산세가 험한 지역 특성상 조선시대부터 타 지역 신앙인들이 이주해 숨어 살던 벽촌이 많았고, 이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세가 번져갔다. 당시 경북 문경군에 있던 표석동공소가 공평본당(초대 주임 김문옥 요셉 신부)으로 승격된 것이 점촌동본당 역사의 시작이었다.

본당은 1948년 무렵부터 주임 사제의 부재로 공소로 격하됐고 6·25전쟁의 혼란이 겹치며 본당 회복은 요원해보였다. 하지만 신자들의 노력으로 기성회가 조직돼 성당을 새로 준공하는 노력 끝에 1953년 본당의 지위를 되찾았다.

점촌동본당은 1969년 설정된 안동교구 소속이 됐고, 지역 발전과 더불어 교세도 급성장하게 된다. 신자 수는 3000여 명에 이르며 현재는 차광철 신부를 필두로 활발한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본당이 ‘나눔과 섬김’을 위해 운영하고 있는 ‘나섬의 집’은 지역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급식 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노인대학과 유치원도 지역 사회의 모범이 되고 있다.

김현식(베드로) 본당 사목회장은 “우리 본당 100년 역사에 주님께서 함께 계셔주심에 기쁘고 감사하는 마음”이라며 “100주년을 맞으며 신앙 속에서 다 함께 어우러지는 공동체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점촌동본당은 9월 24일 오후 3시 점촌동성당에서 안동교구장 권혁주(요한 크리소스토모) 주교 주례로 1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기념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 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상주 지역 공소들 합쳐 형성

출신 사제·수도자 36명 달해

‘생명 공동체’ 주님 말씀 실천

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퇴강성당 전경.

“농촌의 작은 공동체이지만, 하느님의 말씀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신앙을 지키고자 하는 굳은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100주년을 맞으며 앞으로 지역 여건을 감안한 사목 활동으로 주님 사랑을 전하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동교구 사벌퇴강본당 권상목(요한) 주임신부는 “우리 본당 100년의 긴 여정은 주님 은총의 세월”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본당 신자들은 긴 세월 신앙으로 다져지신 분들”이라며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신앙생활을 이어나가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옛 물미성당 전경.(1920년대) 사벌퇴강본당 제공

1961년 첫 미사를 주례하는 김욱태 신부. 사벌퇴강본당 제공

2007년 본당 설정 기념미사 후 단체사진. 사벌퇴강본당 제공

사벌퇴강본당은 경북 상주 지역 여러 공소들이 합쳐 형성된 독특한 역사를 지니고 있다. 본당의 역사는 1903년 설립된 물미공소가 1922년 9월 24일 물미본당(초대 주임 이종필 마지아 신부)으로 승격하면서 시작된다. 1968년에는 퇴강공소로 격하됐지만 신자들의 한결같은 노력으로 2003년 사벌 지역에 있던 공소와 퇴강공소를 합쳐 사벌퇴강준본당으로 설정됐다. 2007년에는 사벌퇴강본당으로 승격했으며, 퇴강성당과 사제관이 지방 문화재(520호)로 등재되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본당은 현재 퇴강성당 이외에 지난 2018년 사벌성당을 신축해 공동체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본당 출신 사제는 21명에 달하며 수도자 또한 15명에 이르는 등 농촌 지역에 위치한 소규모 본당으로서는 그 예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성직자와 수도자를 배출해 공동체의 자긍심을 높이고 있다. 또 곳곳에 있는 공소들은 자체적으로 ‘생명의 공동체’를 형성해 친환경농법을 통한 ‘생명 살리기’ 농업에 매진, 주님의 말씀을 실천해왔다. 최근 이농현상으로 인해 신자 수도 적고 대부분 고령이지만 하느님을 믿고 따르는 신자로서의 긍지는 그 어디에 비교해도 모자람이 없다.

김중태(마태오) 퇴강 공동체 사목회장은 “100주년을 맞는 기쁨을 나누기 위해 모든 신자들에게 증정할 성모상을 준비했다”며 “신자들 모두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영적으로 더욱 성장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사벌퇴강본당은 9월 25일 오후 3시 퇴강성당에서 안동교구장 권혁주 주교 주례로 100주년 기념미사를 봉헌하고 기념행사를 연다.

방준식 기자 bjs@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