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미숙아로 태어난 압디마릭 아기

민경화 기자
입력일 2022-09-05 수정일 2022-09-06 발행일 2022-09-11 제 3310호 4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인공호흡기에 의지한 아기 모습에 억장 무너져…
전쟁 위협 피해 한국에 입국
예정일보다 7주 빨리 출산
중환자실 입원해 호전됐으나
병원비 마련할 길 없어 막막

임신 33주만에 미숙아로 태어난 압디마릭의 엄마 탕길로바 우길로이씨가 아기가 태어날 때의 상황을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아이가 미숙아로 태어난 게 제 탓인 것만 같아 마음이 찢어집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살던 탕길로바 우길로이(Tangirova Ugiloi·26)씨는 둘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한국으로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도시의 분위기가 무섭게 바뀌면서 가족들에게 위험한 일이 생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탕길로바 가족은 국적은 러시아였으나 피부색이 달라 마을에 문제가 생길 때마다 비난의 화살을 받아야 했다. 선천적인 질병으로 왼쪽 눈을 실명한 남편 노모조브 울마스(Nomozov Ulmas·27)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경제적인 활동이 힘들 뿐 아니라 징병이 된다면 목숨을 잃을 우려도 컸다.

“러시아에서 우리는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아야 했습니다. 대문에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는 욕을 써놓는 사람들도 많았죠. 게다가 전쟁이 터지면서 러시아에서 더 이상 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아버지가 살기 좋은 한국으로 가자고 했죠.”

탕길로바씨의 시아버지인 루지브 아크바르(Ruziev Akbar·49)씨는 2003년 한국에 와 5년간 일을 했던 경험이 있다. 한국 사람들은 이방인인 그에게 친절을 베풀었고, 그때 받았던 한국인들의 따뜻한 정은 온 가족을 데리고 한국에 정착하는 계기가 됐다. 아크바르씨와 아내, 아들과 딸, 며느리와 손녀까지 여섯 가족은 지난 6월 한국에 도착했다.

임신 6개월의 탕길로바와 5명의 식구들은 더운 여름에 단칸방에서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러시아보다 안전하긴 했지만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다. 탕길로바는 몸이 무거운 데다 낯선 나라에서 적응을 하려니 신경이 예민해졌다. “갑자기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어요. 아직 아이가 나오려면 2달이나 남았는데 말이죠.”

그렇게 아기는 33주 5일 만에 2.62㎏으로 태어났다. 성인 팔뚝보다도 작게 태어난 아들 압디마릭은 엄마 품에 안겨보지도 못한 채 중환아실에 입원했다. 예정일보다 7주나 빨리 태어난 아기는 스스로 호흡하는 게 어려웠고 2주간 중환아실에서 인공호흡기를 달고 지냈다. 작은 아기가 울지도 못하고 인공호흡기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자 엄마의 억장은 무너졌다.

“말도 통하지 않고 돈도 없는 상황에서 일찍 태어난 아기가 잘못될까봐 너무 무서웠습니다. 아기가 잘못된 게 제 책임인 것만 같아서 죄인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다행히 아기의 상태가 호전돼 퇴원을 했으나 탕길로바씨 가족에게는 2000여만 원의 빚이 생겼다. 급하게 러시아를 떠나오느라 임시체류비자를 받았던 탕길로바 가족 중에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딱한 사정을 듣고 하루 일거리를 주는 지인들이 있지만 탕길로바의 남편은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아 그마저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아버지 역시 당뇨로 매일 일을 하기 어려운 처지다. 현재 여섯 가족이 살아갈 생활비는 전무한 상태다.

“어려운 상황에서 태어났지만 한국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 덕분에 아이가 무사히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제2의 고향이 된 한국에서 아이를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도록 관심과 배려를 부탁드립니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022년 9월 7일(수)~2022년 9월 27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민경화 기자 mkh@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