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

[더 쉬운 사회교리 해설 - 세상의 빛] 184. 복음과 사회교리 (「간추린 사회교리」 481항)

입력일 2022-09-05 수정일 2022-09-06 발행일 2022-09-11 제 3310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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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약한 이들 위하는 ‘복날’의 의미 알고 계셨나요? 
기후위기 초래하는 육식 폭증
음식 소중히 여기지 않는 세태
탐식·허영심에 대한 성찰 필요

밀집형 집단 사육 방식으로 고기를 생산하고 있는 공장형 축사. 출처 pxhere

미카엘: 모처럼 회식인데, 삼겹살 어때요?

라파엘: 좋아요! 회식에는 무조건 고기죠!

스텔라: 신부님, 2018년 배출한 온실가스 전체가 459억 톤인데 그중 17.4%가 동물성 식품 생산에서 발생했대요! 그리고 육식이 너무 많아졌다고도 하고요. 고기 소비를 줄이는 게 맞는 건가요?

베드로: 왜 분위기 깨고 그래? 먹기 싫으면 너나 먹지 마!

마리아: 요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많잖아요. 한번쯤 성찰해 봐야 해요.

바오로: 근데 생각해 보니 오늘 금요일이네요! 신부님 관면 좀 해 주세요!

베드로: 그럼 횟집을 갈까요?

■ 복날 보양식의 의미

무더웠던 지난여름에 보양식은 드셨습니까? 매년 “복날에 맛있는 거 드시고 기운 내세요”라는 인사는 소소한 기쁨을 줍니다. 가장 더운 시기를 삼복더위라 했는데 이때 농업에 종사했던 선조들께서는 체력 회복과 건강을 위해 귀한 고기를 어렵사리 먹곤 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식용 논란은 있지만 보신탕은 환자나 어르신, 몸이 약한 이에게 절실한 음식이었고 가족과 이웃을 위한 마음 즉, 인간존엄에서 비롯됐습니다.

하지만 오늘날은 어떨까요? 어디서나 고기를 쉽게 접하고 흔하게 먹습니다. 일용할 양식에 감사해야 하지만 흔해져 버린 탓에 쉽게 과식하고 많이 버립니다. 복날의 정신인 환자나 약한 사람을 위한 간절한 마음보다는 이벤트나 상술이 더 불거졌습니다.

■ 음식을 어떻게 대하십니까?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의하면 축산업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가 전체의 18%이고, 전 세계 식량생산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80%가 축산업에 의한 것입니다. 기후위기와 육식의 폭증은 연관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축산을 위해 온실가스 감축을 동반한 경영이 제시됩니다. 물론 육식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닙니다. 음식은 골고루 먹어야 하고, 고기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육식과 음식을 소중히 여기지 못하는 세태가 문제입니다.

더불어 현대병으로 알려진 각종 성인병, 당뇨, 심혈관질환은 너무 많이 먹어서 생기는 병들입니다. 여기에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곁들여집니다. 하루 한 끼 먹기도 어려운 이웃도 많은데 너무 많이 버려집니다.

■ 성찰해야 할 나의 욕심들

먹다가 버린 음식을 하늘나라에서 먹는다는 이야기를 다들 아실 겁니다. 저도 부끄럽습니다. 욕심을 부리다가 음식을 남기고 버린 적이 너무 많습니다. 홈쇼핑으로 충동구매 해서 냉동실에 넣어 놨지만 유통기한이 지나 버리기도 했습니다. 금요일에 금육이니까 횟집을 가자고 한 적도 많습니다. 하지만 그게 진정한 금육의 정신일까요? 금육은 단순히 고기를 먹지 않음만이 아니라 먹거리와 재화를 절제하라는 인내와 수덕이 목적입니다.

또한 절제해서 아낀 돈을 ‘인 마이 포켓’(도로 내 주머니에) 하라는 게 아니라 어려운 이웃에게 쓰라는, 애덕과 이웃사랑을 실천하라는 목적이 훨씬 큽니다. 결국 음식에 대한 욕심과 허영심, 나만 맛있는 거 먹을 생각하는 이기적 마음에 대한 성찰이 먼저 요청됩니다. 그래서 사회교리에서도 탐욕이야말로 하느님과 신앙에 반하는 가장 본질적 죄의 뿌리라 언급합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81항) 그리고 금육에 대한 관면은 공식적으로 교구장님만 할 수 있는 점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저희는 생물종과 그 서식지가 손실되어 그들이 더이상 말을 건넬 수 없음을 탄식합니다. 저희는 인류 문화의 손실과, 쫓겨나거나 사라진 생명과 그 보금자리를 슬퍼합니다. 저희가 듣고자 하는 마음이 없어 피어오른 불의의 불꽃 때문에 요란하게 타들어 가는 숲과, 도망치는 동물과 함께 피조물이 울부짖고 있습니다.”(2022년 ‘창조 시기’ 기도문 중)

이주형 요한 세례자 신부 (서울대교구 사목국 성서못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