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봉사를 통한 행복 / 김장희

김장희 베드로,제2대리구 아미동본당
입력일 2022-09-21 수정일 2022-09-21 발행일 2022-09-25 제 3311호 3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찬미 예수님!

내가 신앙생활하고 있는 곳은 국내 굴지의 반도체 회사인 H반도체가 자리하고 있는 아미동본당이다. 도시와 농촌, 남녀노소가 고르게 분포된 전형적인 도농 복합도시 안의 공동체다.

내년이면 설립 25주년을 맞는 청년 본당으로서 ‘기도하고, 읽고, 걸어가자!’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매월 각자 기도 천사가 되어 기도하고, 말씀 열매를 통해 성경 구절을 마음에 새기며, 매일미사에 한 번 더 참례하고, 교구 내 성지순례를 통해 신앙 선조들의 삶을 본받는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설립 이래 다소의 불편함으로 여겨왔던 성당 왕래의 접근성과 코로나19의 여파로 미사 참례와 여러 신심 활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넓은 관할 구역으로 인해 부득이 미니버스와 승합차를 마련하여 신자들의 성당 왕래를 돕고 있다.

한 달에 1번 정도 차량 봉사 기회가 주어진다. 서로 바쁜 일상에서도 솔선하여 일정을 나누고 설렘으로 봉사 일자를 기다린다.

첫 승차 장소에 도착하면 양장을 곱게 차려입은 어르신 자매님과 유난히도 금실 좋은 구역장님 내외가 첫 손님으로 차에 오른다. 출발을 알리면 비로소 한 주간 가족들의 건강사, 뙤약볕 아래서의 농사일, 마을회관 후배 아낙의 심통 등 차 안은 온통 이야기꽃이 핀다. 마을회관을 지나 안나 어르신 댁에 도착하면 함박웃음을 띤 키다리 접시꽃이 반긴다. 둑을 지나 데레사 자매님 댁에 이르니 간밤 기침이 심하셨기에 이번 주는 모습을 뵐 수가 없다.

종착역인 성당 마당에 도착하면 봉사자들이 앞다투어 인사하고 개선장군처럼 성전에 입당하여 주님께 문안을 올린다. 한 주간 삶의 지표가 될 신부님 강론을 마음에 새기고, 파견 강복을 끝으로 친교의 장이 준비된 로비로 발걸음을 옮긴다. 비록 마스크 속 깊은 한숨과 눈인사가 전부인 오늘이지만, 반갑게 내주를 기약하고 가끔 미사 후 귀갓길에 자장면을 나누던 코로나19 이전의 삶을 꿈꾸며 각자의 목적지를 향해 몸을 싣는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성당 마당과 내 집처럼 아끼는 성당 구석구석을 깔깔거리며 쓸고 닦던 우리의 활기찬 모습은 언제였던가!

지난 여름 우리의 얼룩진 삶이었지만, 어느새 옷깃을 여미는 가을이 성큼 다가왔고, 신앙인으로서의 마음을 추스르는 순교자 성월을 지내고 있다. 모진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신앙 선조들의 삶을 마음에 새기고, 우리들의 신앙생활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제게 주신 시간 봉헌의 소중한 기회를 통해 기본을 멀리했던 나와 우리들 삶을 다시 한번 성찰하는 시간이 되고, 기도와 성가 소리가 가득한 미니버스 안의 풍경을 그려 본다.

김장희 베드로,제2대리구 아미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