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사랑 나눌수록 커집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열로 전신 마비된 김찬미양

염지유 기자
입력일 2022-09-27 수정일 2022-09-27 발행일 2022-10-02 제 3312호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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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가고 싶지만 속절없이 몸은 굳어만 가고…
지적장애·뇌전증 앓는 10대
코로나19 고열로 마비 증상
수개월 집중치료 필요하지만
치료비 마련할 길 없어 포기
어려운 집안 형편에 한숨만

봉사단체 ‘한손자리’ 봉사자가 찬미양(오른쪽)에게 딱딱한 나무판이 들어 있는 장갑을 끼워주고 있다. 재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찬미양의 오그라든 손을 펴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만든 재활 도구다.

“아버님, 찬미가 빨리 건강해지면 좋겠죠?” 자식을 향한 걱정을 입 밖으로 꺼내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지적장애인 아버지는 딸의 오그라든 손을 자꾸 펴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지적장애인 부모 밑에서 태어난 김찬미(15)양은 지적장애가 있고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다. 아버지 김선용(57)씨는 경증 지적장애인으로 20년간 모자 공장에서 일했지만, 2년 전 공장이 폐업하자 폐지를 주우며 생활했다. 폐지 줍는 일로는 생계를 잇기 힘들었고, 아버지의 건강 상태도 이를 오래 지속할 수 없게 했다. 찬미양 아버지는 몇 년 전 교통사고로 다리가 절단돼 접합 수술을 받았다. 사고 후유증으로 허리 뼈마디가 모두 붙어 다리를 절고 제대로 움직이기도 힘들다. 아버지가 수술도 받지 못하고 고통스러워하던 사이, 불행의 불씨는 금세 또 다른 곳으로 옮겨붙었다.

올해 3월, 찬미양이 코로나19로 인한 고열로 전신이 마비된 것. 학교를 중단하고 재활 치료를 받으며 편마비 수준까지 회복했지만, 더 나아지지는 못했다.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멈춰야 했기 때문이다. 몸이 마비된 찬미양은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다행히 신경이 살아 있어 하루라도 빨리 다시 입원해 치료를 받으면 이전과 비슷하게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부천성모병원 의료진은 6개월간 입원 집중치료를 권고했지만, 찬미 가족에게는 치료비를 마련할 방법이 없다. 지적장애인 찬미양에게 간병인은 필수인데, 치료비도 없는 형편에 간병인 고용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서 찬미의 몸은 조금씩 다시 굳어 가고 있다.

찬미양 부모는 지난 5월 이혼했다. 어머니는 지적장애뿐 아니라 우울증과 뇌전증을 함께 앓았다. 아픈 어머니의 방치와 학대로 평생 정서 불안을 겪은 찬미양이 살점을 뜯고, 가위로 머리카락을 자르며 자해하기에 이르자 엄마와 딸을 분리하려는 안타까운 조치였다. 현재 찬미양의 법적보호자는 고모다. 찬미양 가족을 지킬 유일한 혈육이지만 남편의 사업 부도로 파산 절차를 밟고 있어 아픈 조카를 도울 여력이 되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른다.

찬미양과 아버지는 요즘 비영리봉사단체 ‘한손자리’의 도움으로 장애인셰어하우스에서 머물며 생활 지원을 받고 있다. 한손자리는 재능기부만 받는 소규모 단체로, 찬미양에게 치료를 위한 지원은 해주지 못한다. 봉사자들은 “치료 시기만 놓치지 않으면 찬미가 몸은 성하게 살 수 있는데, 바라만 보고 있으려니 속이 탄다”고 안타까워했다.

부천성모병원 영성부원장 최예원(시몬) 신부는 “찬미는 씩씩하게 이 역경을 견뎌내고 있다”며 “아직 희망이 남아 있는 찬미에게 많은 분의 도움이 전해지기를 간곡히 기도한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찬미양은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다시 학교에 가고 싶어요. 배드민턴을 제일 하고 싶어요.” 다시 자유롭게 걷고 뛰길 희망하는 찬미양이지만, 아픈 아버지와 고모의 힘만으로는 찬미를 일으켜줄 수가 없다.

※성금계좌※

우리은행 1005-302-975334 / 국민은행 612901-04-233394

농협 301-0192-4295-51 예금주 (재)대구구천주교회유지재단

모금기간: 2022년 9월 28일(수)~2022년 10월 18일(화)

기부금 영수증 문의 080-900-8090 가톨릭신문사

염지유 기자 gu@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