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기획/특집

[군인 주일 특집]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 인터뷰

박민규 기자
입력일 2022-09-27 수정일 2022-09-28 발행일 2022-10-02 제 3312호 9면
스크랩아이콘
인쇄아이콘
“젊은 병사들은 교회의 미래… 찾아가는 사목으로 활기 되찾길”
청년 사목의 최일선 군종교구
코로나19 등으로 어려움 겪어
청년 세례자 지속 배출 필요
‘병사세례본당’ 등 방안 마련
“열정적인 군종 신부들 위해
일치에 중점 두고 지원할 것”

군종교구장 서상범 주교는 “아직 코로나19로 군사목에 어려운 점이 많지만 군종사제들이 군복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한다.

■ 군종교구의 위기, 그 안에서 발견하는 희망

서 주교는 취임하자마자 100여 명의 군종 신부들을 일일이 찾아갔다. 부대 밖으로 나올 수조차 없었던 신부들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기 위해서다. 모두가 힘든 시기였지만, 특히 군종교구의 위기는 더 심각했다.

20~24세 영세자의 85% 이상을 군종교구에서 탄생시키며 한국교회 내 청년 사목의 물꼬를 터주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던 군종교구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최근 10년간 군종교구 영세자 수 추이를 보면 2012년 2만8980명에서 2020년 3018명, 지난해에는 1981명으로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감소하며 10년 전에 비해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 됐다.

“전교 수녀님과 군 선교사들의 부대 출입 통제는 물론 군종 신부들도 부대 내 성당에서만 머물러야 했던 당시 상황 안에서는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서 주교는 특히 군인들이 일정기간 복무하다 전역을 하는 군대의 특성 안에서 현재 상황을 더 우려했다. 새로 들어온 군종병과 병사들이 처음 보는 성당의 이미지는 텅 빈 공간이다. 서 주교는 “선배에게 배우고 물려주는 게 군대의 전통인데 그 맥이 끊기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미래의 불확신 등 사회적 현상과 함께 휴대전화 사용이 허용되고 배달 음식도 시킬 수 있는 현재 군 문화 안에서 종교에 매력을 느끼기란 결코 쉽지 않음을 꼬집었다. 서 주교는 “예전에는 초코파이나 햄버거를 들고 가면 크게 반겼지만, 지금은 어떤 것을 줘도 반응이 쉽게 오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 주교는 과거와 달리 개별 만남이나 소수 모임에서 더 큰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군대 특성상 개별 만남을 하기가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주교로서 신부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고 신부들도 영세자 교리를 개별 혹은 소수로 진행하면서 더 깊이 있는 시간을 만들고 있습니다. 드러나는 숫자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만남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군 복음화를 위해 투신하고 있는 동해본당 박현진 신부(오른쪽) 활동 모습. 서상범 주교 제공

서상범 주교가 올해 임관한 군종 신부들을 방문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서상범 주교 제공

서상범 주교가 병사에게 견진성사를 주고 있다. 서상범 주교 제공

■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3,6)

그럼에도 청년 세례자 배출은 군종교구의 가장 큰 역할이다. 서 주교는 “군대에서 부실하게 교리교육을 한 탓에 교리를 잘 모르거나 제대 이후 냉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일부 신부들이 지적한다”며 “이러한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이지만,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 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군종교구는 지난해 ‘군 영세자의 지속적 신앙생활을 위한 사목방안’을 제시했다. 군 복무기간 단축으로 병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제한돼 사회에서처럼 6개월간 교리교육을 할 수 없는 상황 안에서 나온 제안이다. 군 세례자의 교적은 ‘병사세례본당’이라는 가상본당에서 관리하고, 제대 후 본인이 원하는 민간 본당으로 전출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군 세례자의 정보를 민간 교구 청소년국 등 관계 부서로 연결시켜 해당 교구에서 집중 관리 하도록 하고 있다. 이는 현재 대구대교구와 의정부교구가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서 주교는 “병사들은 제대하기 때문에 민간 교구와의 연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교회의 미래인 젊은이들을 위해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코로나19 이후 교리교육 방법도 달라졌다. 20분 정도의 짧은 영상을 만들어 일괄적으로 보여주고 이에 대한 해설을 하는 형식이다. 미사 때 성가도 젊은이들 성향에 맞게 생활 성가 등의 반주를 녹음해 틀어주고 있다. 보다 쉽고 재밌게 다가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들이다.

또한 서 주교는 ‘찾아가는 사목’으로서 군종 신부들의 활동을 나눴다.

“제주에서 사목하고 있는 한 신부는 공항에 차를 몰고 나가 휴가 복귀하는 병사를 픽업해 부대까지 데려다주고 있습니다. 차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자연스럽게 사목활동을 하는 것이죠. 얼마 전 저에게 픽업해 준 병사 중 4명이 주일 미사를 참례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울러 방역지침으로 인해 성당에서 다수의 인원이 모이지 못해 부대로 찾아가 소그룹 미사를 봉헌하는 신부들이 많아졌고, 주일 미사를 10대 가까이 봉헌하는 신부도 생겼다.

“참 안쓰럽기도 하면서 대견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3,6)라는 사도 바오로의 말씀처럼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했으니 하느님께서 자라게 하시리라 믿습니다.”

■ 군종 신부들의 일치와 군 복음화

앞으로 사목 방향에 대해 서 주교는 군종 신부들 간의 ‘일치’에 중점을 뒀다. 군종교구는 15개 교구에서 파견된 사제들이 모인 교구다. 서 주교는 “군종 신부로 복무하는 동안 소속감이 필요한데 감사하게도 100여 명의 신부 모두 하나가 돼 살아가고 있다”며 “비신자들을 포함해 젊은이들의 올바른 인성 함양을 위해 헌신하는 것에, 그리고 사제로서 이들을 선교하는 것에 큰 매력을 품고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교구장으로서 이런 열성적인 군종 신부들을 지원하고 함께 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사제가 먼저냐, 군인이 먼저냐는 질문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당연히 사제가 먼저입니다. 사제로서 군대에 다시 온 것이지요. 하지만 동시에 군인 신분이기 때문에 군대 규율에 맞게 행동해야 합니다. 5시에 퇴근하고 7시에 신자들과 미사를 봉헌하면 지칠 수밖에 없습니다. 매일미사와 성무일도가 바탕이 돼야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30~40대 젊은 신부들과 이런 생활을 함께 한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역량을 모두 동원해 있는 힘껏 지원할 것입니다.”

아울러 서 주교는 ‘군인들에게 복음을’이라는 올해 군인 주일 표어를 소개하며 한국교회 안에서 군종교구의 중요성을 되짚었다.

“군에서 세례받은 젊은이들은 군종교구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모두 자기 소속 교구의 본당으로 돌아갑니다. 곧 군 선교가 한국교회 미래와 직결되는 것입니다.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군 복음화에도 관심 가져 주시고 기도해 주시길 바랍니다.”

박민규 기자 pmink@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