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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화해·일치] 2022 가톨릭한반도평화포럼 (Catholic Korea Peace Forum 2022) / 강주석 신부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
입력일 2022-09-28 수정일 2022-09-28 발행일 2022-10-02 제 3312호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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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북한 인권 문제는 어떻게 하죠?” 2018년 4월 27일 미국 주교회의를 방문했을 때 국제정의평화위원회 관계자가 던진 질문이다.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국제행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분이었는데, ‘판문점 선언’에 어떤 충격을 받았던 것처럼 보였다.

당시 한반도는 평화의 봄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들떠 있었다. ‘그날’만큼은 보수 언론조차도 김정은 위원장의 ‘친근한’ 이미지를 열심히 보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미국 워싱턴의 분위기는 달랐다. 북한에 인권 문제가 있는데, 남한 정부가 저렇게 북한 정권과 손을 잡아도 되느냐는 질문이었다. 미국 주교회의 다른 관계자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이런 일이 생기다니….”

‘판문점 선언’은 북미의 ‘싱가포르 회담’으로 이어졌지만, ‘하노이 노딜’은 한반도 갈등의 평화적 해결에 대한 기대를 또다시 무너뜨렸다. 지나고 나니 ‘북한과의 평화’를 선택하는 것은 미국 정부에게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더 분명하게 보였다. 대중들에게 북한은 악마적이고, 그런 정권과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미국의 정치 지도자에게는 부담이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한반도 정책이 변하려면 미국 여론 변화가 필수적이다.

미국 주교회의는 2017년부터 시작된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의 국제대회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국제정의평화위원회의 주교님들과 학자들은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교회의 역할을 함께 고민하고 연대해 주었다. 특히 2018년 12월에는 당시 국제정의평화위원장 티모시 브롤리오 대주교가 한국을 ‘연대 방문’했다. 방문을 마친 브롤리오 대주교는 2019년 1월 ‘한국 연대 방문 및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요청 건’이라는 문건을 미국 전체 주교단과 공유하고 미국무부에 전달했다. 대북 강경론이 득세하는 미국 사회에서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갈망하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입장을 용기 있게 지지해 준 것이다.

2022년 10월 미국 워싱턴 D.C.에 소재한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열린다. 한국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미국 주교회의 국제정의평화위원회, 그리고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공동으로 주관하는 포럼에서 한미 양국의 교회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소명을 다시 성찰할 것이다. 주교님들과 학자들, 정부 관료들과 활동가들의 만남이 그리스도의 평화를 위한 교회의 간절한 노력으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강주석 베드로 신부(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총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