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현장에서] 함께 가까이 있기 / 이승훈 기자

이승훈 요셉 기자
입력일 2022-10-11 수정일 2022-10-11 발행일 2022-10-16 제 3314호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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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에 취재로 명동을 찾을 때면, 잠시 짬을 내 서울 주교좌명동대성당을 찾는데, 그때마다 기도하는 사람이 참 많다. 나처럼 잠깐 머물다 가는 이도 있지만, 한참을 기도하고 가는 이들도 많다.

‘다들 바쁜 시간에 한가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한가하다고 기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베네딕토 성인도 ‘한가함은 영혼의 원수’라 했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오래 기도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충분한 기도 연습, 혹은 간절함이 없이는 1분도 지나지 않아 몸이 꼬이기 일쑤다.

서울대교구 주교좌 기도 사제를 취재하면서 평일 낮에 명동대성당에서 기도하는 신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가 생겼다. 가능하면 그중에서도 열심히 오래 기도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려 했다. 우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날 만난 이들 대부분이 냉담을 하다 오랜만에 성당을 찾은 이들이었다.

신자들은 “용기내서 오길 잘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기도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오랜 냉담으로 부담스런 마음에 본당도 찾지 못하고 간절한 마음에 ‘혼자’서 멀리 명동까지 찾아온 신자들은 주교좌 기도 사제와 ‘함께’ 기도하면서 마음에 위안을 얻었고, 하느님 안에 더 오래, 더 깊이 머무를 수 있었다.

함께 기도하도록 초대한 유승록(라우렌시오) 신부는 주교좌 기도 사제의 역할 중 하나가 “사제가 가까이 함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단 사제만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주님과 떨어져 ‘혼자’가 된 이들이 교회가 ‘가까이 함께 있음’을 느끼며 위로를 얻는 모습이 주교좌 기도 사제들의 기도소리처럼 은은히 퍼져나가길 함께 기도해본다.

이승훈 요셉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