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그리운 어머니! / 김장희

김장희 베드로,제2대리구 아미동본당
입력일 2022-10-12 수정일 2022-10-12 발행일 2022-10-16 제 3314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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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함이 가득한 묵주기도 성월에 천상에서 복을 누리고 계실 어머니와 함께한 신앙인으로서의 추억을 기억해 본다.

초등학교 학력이 전부였던 어머니는 성당에서 20여 리 떨어진 외진 시골 마을에서 5남매 맏이로 태어나셨다. 여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가사와 농사일을 도우며 살다 세례를 받고 출가하여 역시 슬하의 5남매를 유아세례를 통해 주님의 자녀로 인도하셨다.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이직으로 도시로 올라온 어머니는 빠듯한 살림살이를 돕고자 행상과 직장생활로 우리들을 힘겹게 키웠지만, 신앙의 연은 놓질 않으시고 여러 봉사직을 통해 우리에게 신앙의 모범을 보여주셨다.

주일이면 성당 등나무 아래 걸어 놓은 가마솥 곁에서 자매들과 봉사자 식사 준비에 늘 바쁘셨다. 미사와 친교 시간이 끝나면 한복 치마허리를 동여매고 리어카를 끌고 성당 신축기금 마련을 위해 동네에서 공병과 폐지를 모으셨다. 새 본당 분가를 위해 전 신자가 애썼던 시기로, 아마 군포와 평촌신도시 개발 시기로 기억한다.

아버지의 외조와 어머니의 신앙생활을 보고 자란 우리는 학생 청년기를 지내며 봉사자 자녀로서 신앙의 씨앗을 소중히 간직하고 키울 수 있었다. 어머니는 칠순쯤 용인 인근에서 전원생활을 시작하셨다. 그로 인해 낯선 공동체에 가셨음에도 봉사 경험을 두루 나누시고, 신심 단체 구성과 활성화를 위해 몸소 모범을 보이시며 행복한 여생을 보내실 즈음 혈액암 판정을 받으셨다. 여장부 같았던 어머니의 심신은 급격히 쇠하셨고, 주님께서 내리신 명을 애써 받아들이시는 모습이셨다.

임종 이틀 전 호스피스 병동에서 쓴 글이 있다.

“어제, 그제 거친 숨소리와 큰 눈망울로 우리들을 불러 모은 어머니는, 묵주기도의 합창 속에 이내 평안히 잠을 청하시고, 수없이 반복하셨을 ‘어머니 마리아!’ 호칭엔 짙은 쌍꺼풀 눈망울을 이리저리 흔드신 후 다시 잠을 청하신다. 깊이 이루지 못하는 선잠도 이제 며칠이나 남았을까! 사랑하는 어머니, 주님께서 허락하신 인연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기에 지금 이 순간 어머니의 체온을 느끼며 부족한 기도를 올립니다. 세상 인연 잘 내려놓으시고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 주님 사랑 안에서 더 행복한 시간 보내요.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마리아의 삶을 애써 닮고자 했던 어머니 아녜스와의 이별의 아픔도 어느덧 아물고 있다. 그렇게도 자랑스러워하셨던 손주의 사제서품도 목전이다.

“이젠 천상의 주님 곁에서 사랑스러운 가족들을 볼 수 있으시니, 얼마나 행복하세요. 어머니께서 주신 신앙의 소중함을 잘 간직하고 예수 마리아 요셉 성가정 모범을 닮을 수 있도록 늘 성모님과 함께 기도하고, 어머니께서 몸소 실천하신 선교 사명도 마음속에 고이 간직할게요. 부족한 저의 고백을 어여삐 받아 주세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김장희 베드로,제2대리구 아미동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