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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시간 여행 /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10-19 수정일 2022-10-19 발행일 2022-10-23 제 3315호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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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지났던 시간으로 다시 갈 수 있다면 언제로 가고 싶으신가요? 가장 소중했던 시간으로 가고 싶으신가요? 아니면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했던 시간으로 돌아가서 그 순간을 바꾸고 싶으신가요?

영화 ‘어바웃 타임’에서 주인공 ‘팀’의 가족 중 남자들에게는 자신이 살았던 시간 중 한 부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팀은 그 능력을 이용하여 더 멋진 오늘을 위해 여러 차례 과거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수많은 시간 여행을 통해 그는 현재를 원하는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시간 여행만이 답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인생은 모두가 함께하는 여행이다. 매일매일 사는 동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최선을 다해 이 멋진 여행을 만끽하는 것이다’라는 소중한 진리를 발견합니다. 아무리 되돌려도 그 시간에 충실하지 못한다면, 그 순간 곁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지 못한다면, 수백 번 돌아가도 행복은 소원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깨달음은 팀과 같은 방식의 시간 여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일까요? 조금은 다르지만 지금 우리도 시간 여행을 할 수 있다면 믿으시겠습니까? 물론 몸이 직접 과거로 가는 것은 아직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시간 여행의 범주를 지난 시간을 떠올려본다거나 지금 나에게 다가온 예수님께서 사셨던 그 시대를 그려보는 것으로 확장하는 것까지 포함한다면 가능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성찰과 묵상을 통해 현재가 바뀌게 된다면 그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시간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곧 우리는 기억과 이야기 여행을 통해 내게 주어진 이 삶을 더 아름답고 행복하게 바꿔 갈 수 있습니다.

팀의 아버지는 죽음을 맞이하기 전 아들과 함께 탁구를 하며 놀던 때로 돌아갑니다. 그 순간이 너무나 소중했기 때문입니다. 처음 돌아갔을 때, 두 번째 돌아갔을 때, 세 번째 돌아갔을 때가 매번 다르게 다가옵니다. 미처 보지 못했던 것들이 보이게 되며 그 순간의 의미가 더욱 짙고 아름다워집니다. 처음에는 그저 아들과 함께 즐기기만 했다면 두 번째엔 한 번 더 미소를 건네게 되었고 세 번째에는 일부러 져주기도 합니다. 미소 짓기, 가끔 져주기, 어찌 보면 간단한 일이지만 이 작은 변화가 우리 삶에 행복을 선물합니다. 그리고 이처럼 아름다운 분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분은 모두가 지칠 때 먼저 웃으셨고, 모두가 이기려 할 때 먼저 져주셨던 분이지요.

우리는 이미 이 세상을 가장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그리고 시간 여행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지난 시간 아름다운 일들을 돌이켜 보며 ‘지금’ 미소를 지어본다든가, 양보 받았던 기억을 통해 지금 이웃에게 먼저 양보하면서 말입니다. 빠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은 세상 안에서 잠깐 멈춰 서서 미소 지을 수 있는 것도 그 시간을 뛰어넘는 행위가 아닐까요? 시간 여행 떠나실 준비가 되셨나요? 그렇다면 주저하지 마세요. 시간 사이에 숨겨진 보물을 찾게 될 것입니다.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