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환경

일회용품 규제 1년 유예? "사실상 포기”

박영호 기자
입력일 2022-11-08 수정일 2022-11-08 발행일 2022-11-13 제 3318호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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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약 1년 준비기간 거쳐
또 다시 1년 계도기간 부여
한국환경회의, 비판 성명 발표

환경부가 11월 24일부터 시행되는 일회용품 제한 확대 조치와 관련해 1년간의 계도 기간을 부여하기로 했다. 환경단체들은 이미 1년여 동안 준비해온 일회용품 규제에 또 다시 1년의 계도기간을 부여한 것은 결국 규제 포기와 다름없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환경부는 11월 1일 ‘11월 24일부터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시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에 따르면 24일부터 집단급식소와 카페,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소에서 종이 재질을 포함한 일체의 일회용컵과 플라스틱 빨대, 젓는 막대 등이 금지된다. 대규모 점포뿐만 아니라 매장 면적이 33㎡를 넘는 편의점 등 종합소매업체와 제과점 등에서 비닐봉투와 쇼핑백을 구매할 수도 없다. 위반 시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정부는 시행 3주를 앞둔 시점에서 돌연 1년간의 계도기간을 둔다고 발표했다. 계도기간에는 단속과 이에 따른 과태료 부과가 유예된다. 환경부는 참여형 계도와 함께 일회용품의 자율감량을 내세우며 “지자체 여건에 따라 실효적으로 집행하라”고 지자체에 책임을 넘겼다.

환경부는 특히 “사업장 상황으로 인한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금지 사항을 반드시 준수해야 한다”며 일회용품 감축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환경부는 과태료 부과 유예 대신 이른바 넛지(nudge·부드러운 개입) 효과를 겨냥한 캠페인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환경단체들은 이미 시행키로 했던 환경 관련 정책들이 다수 유예되고 있다며 환경 정책이 이전에 비해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 정책 시행을 대비하던 업체들 역시 오락가락하는 정부 정책에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는 올 6월 시행하기로 했던 일회용품 보증금제를 12월로 미뤘고, 내년 시행될 계획이던 식당 내 일회용 물티슈 사용 제한 조치 역시 부담금을 부담할 때 사용을 허용하는 폐기물 부담금 제도로 대치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한국환경회의는 환경부 발표가 있던 1일 성명을 발표하고 “일회용품 사용 규제를 포기하고 시장의 자발적 감량과 규제의 책임을 지자체에게 떠넘긴 것”이라며 “이는 사실상 일회용품 규제를 포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특히 해당 일회용품 규제 내용은 이미 지난해 말 개정된 자원재활용법 시행령에 포함됐고, 정책 이행 준비 기간도 시행일인 11월 24일까지 거의 1년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이미 커피 전문점이나 편의점 등 시장에서의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본격적인 규제 시행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이른바 ‘참여형 계도’나 ‘자율감량’을 내세운 환경부의 일회용품 규제에 대한 미온적인 태도는 규제 자체를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고 환경 정책 주체로서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라고 환경단체들은 비판하고 있다.

박영호 기자 young@catimes.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