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신앙에세이] 천사들의 공동체 / 김진홍

김진홍 베드로,제2대리구 초월본당
입력일 2022-11-09 수정일 2022-11-09 발행일 2022-11-13 제 3318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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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카타리나 자매님 수술 결과는 어떤지 아세요?”

약 2주일 전 소공동체 봉사직을 맡은 카타리나 자매님이 뇌경색으로 쓰러져 대구 성심병원에서 응급 뇌수술을 받았다. 하지만 상태가 위중하고 뇌가 지나치게 부은 상태라 봉합수술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약 2주 후에 봉합 수술을 받게 됐다. 마리아 자매님이 그 수술 경과를 물으셨다.

나는 남편 요한 사도 형제님에게 들은 대로 상황을 전해드렸다.

“네, 무사히 수술이 끝났대요. 아직 의식이 완전히 회복되지는 않았지만 위험한 고비는 넘겼고 일주일 정도 후에는 집 근처 병원으로 옮겨 재활 훈련을 시작한대요. 모두 마리아 자매님의 기도와 도움 덕분이지요. 감사합니다.”

그러자 마리아 자매님은 “아주 다행이네요. 그런데 제 덕분이네 하는 그런 말씀 마세요. 별것도 아닌 것 가지고…. 모두 주님의 뜻이죠”라며 두 손을 모았다.

남편 요한 사도 형제님도 본당에서 교육분과장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부부는 함께 캠핑카 사업을 하던 중이었다. 사고가 나던 날 형제님은 충청도로 일을 하러 가시고 자매님은 대구로 출장을 갔다가 그만 뇌경색이 온 것이었다.

이후 40대라는 젊은 나이에 쓰러진 안타까움과 수천만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병원비를 감당하기 힘든 딱한 상황이 성당에 알려졌다. 본당 사목위원회에는 모금이 제안됐으나 ‘현재 암수술 받으며 기도를 부탁한 환자분들도 여럿이며 이분들 중 상당수 역시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계시지만 본당에서 모금한 적이 없기에 형평성 차원에서 공식적인 모금은 안 된다’는 결론이 났다.

그런데 기적은 이미 일어나고 있었다. 여러 형제 자매님들이 이미 상당액을 익명으로 기부하셨고, 각 단체에서도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마리아 자매님께서는 대구까지 직접 내려가 상당한 병원비를 중간 결제까지 하시고 오신 것이었다. 마리아 자매님 얘기를 듣고는 ‘몇 년 전 남편을 여의시고 혼자 사시는 50대의 자매님도 사실 큰 부자는 아니신데…’라는 마음이 들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요한 사도 형제님은 펑펑 울며 나에게 말했었다.

“아무것도 아닌 저에게 이렇게 큰 도움을 주시다니요. 앞으로 신앙생활 더욱 열심히 하고 교우분들께 늘 감사하며 살아가겠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니요. 형제님 부부가 신앙생활 열심히 하시니 주님께서 어여삐 여기시어 교우들을 통해 손수 주님의 마음을 전달한 것이죠. 저도 이렇게까지 교우분들이 도와주실 줄은 예상 못했습니다”라며 형제님 등을 두들겨 주었다.

마리아 자매님과 헤어져 집으로 오며 ‘초월성당은 늘 그리스도의 향기가 흐르는 참 아름다운 공동체’라는 생각을 했다.

김진홍 베드로,제2대리구 초월본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