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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 하나] 예수님의 기도 /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주임
입력일 2022-11-16 수정일 2022-11-16 발행일 2022-11-20 제 3319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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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부여 내게 맡기신 이 사람을 지키시고 나 당신과 하나이듯 이 사람들도 모두가 하나 되게 하옵소서. 아버지 말씀은 모두 진리이며 생명의 말씀이옵니다.”

가톨릭성가 39번 ‘하나 되게 하소서’는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러 가시기 전 아버지께 제자들을 부탁하는 내용(요한 17,6-19)을 담고 있습니다. 제자들을 두고 떠남에 있어 그들을 생각하는 애잔함이 전해지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주님께서 아버지께 청하는 하나 됨의 바람이 온 세상에 하루 빨리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주님께서 원하시고 교회가 지향하는 하나 됨은 모두가 똑같아지는 ‘획일’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함께하는 조화를, 나아가 일치를 지향합니다. 바로 성부, 성자, 성령의 모습처럼 말이지요. 오롯이 계시면서도 하나이신 그 신비가 세상 안에서도 실현되길 주님께서는 아버지께 청하십니다. 그런데 온전히 ‘나’로 있으면서 다른 이와 함께 ‘하나’ 되는 것이 가능은 할까요? 너무도 이상적인 이야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보여주신 모습에 잠겨보면 그것이 비현실적인 것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분은 모든 이를 모으셨으면서도 한 명 한 명 그들의 아름다움을 피어나게 하셨고 그 모두가 성령 안에서 하나 되게 하셨습니다. 많은 점이 있겠지만 저에게는 그분께서 언제나 낮은 자리에 계시기를 마다하지 않으셨다는 점이 그것을 가능하게 하지 않았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자기 비하’와는 엄연히 다른 겸손과 자기 비움이 모두를 하나 되게 하였습니다.

김장철입니다. 우리 본당에서도 지난주에 김장을 했는데요. 함께 모여 만든 김장도 맛있었지만, 만들면서 함께 먹은 절임 배추에 싸인 촉촉한 수육은 그 시간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갑자기 김장 이야기가 왜 나오냐고요? 하나 되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정겨웠던 그 시간이 생각이 나며 우리가 자주 먹는 김치도 조화의 표본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추, 무, 쪽파, 마늘, 대파 그리고 젓갈 등 많은 재료가 모이지만 무엇 하나 모나지 않고 절묘하게 어우러지니 말입니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았는데 소금 덕분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먼저 녹아 사라지지만 소금이 있기에 뻣뻣하던 재료들이 자신의 색은 유지하며 다른 재료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게 됩니다. 소금이 전혀 안 들어갔다면 모든 재료가 어우러지기 힘들겠죠? 녹아 사라지지만 엄연히 존재하는 그 모습이 예수님의 겸손과 자기 비움을 생각하게 합니다.

행복한 공동체가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떤 종교를 갖고 있던, 어떤 정치관을 갖고 있던, 어떤 인종이든 말이지요. 소금이 모든 재료를 잘 어우러지게 한 것처럼 주님께서 우리에게 선물로 주시는 사랑은 우리를 하나 되게 하여줄 것입니다. 소금처럼 쉽게 찾을 순 없어도 분명히 존재하는 그것은 각자를 빛나게 하고 모두를 하나로 이끌어줍니다. 그렇게 모두가 사랑 안에서 아름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김영주 니코메디아의 베드로 신부,제1대리구 서천동본당 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