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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에세이] 알렉시오와 토마스 / 김진홍

김진홍 베드로,제2대리구 초월본당
입력일 2022-11-22 수정일 2022-11-22 발행일 2022-11-27 제 3320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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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평소에 내가 궁금해하던 두 평신도의 상반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첫째, 황사영 알렉시오 순교자이다. 1801년 신유박해 때 많은 신자가 희생당하자 배론성지 토굴에서 도피 생활을 하며 중국에 머물고 있던 구베아 주교에게 편지를 써 ‘청나라의 조선 감호와 서양의 무력 시위’를 요청했던 소위 ‘황사영 백서 사건’. 이는 종교 외적인 관점에서 보면 국가를 부정하고 외세에 의존하여 종교의 자유를 획득하고자 했던 극단적 방법이었다. 그러기에 가톨릭대사전에서도 ‘신앙의 자유라는 좋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무력의 사용, 생존권의 부정이라는 좋지 못한 방법을 사용하고자 했기 때문에 비판받아 마땅하다’라며 부정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반면에 그가 ‘어쩌다 그런 상황으로 몰렸는가’하는 시대적 상황을 이해해야 하며 아울러 끝까지 배교하지 않고 순교하여 많은 신자들이 그를 기리고 있음을 중시해야 한다고 밝힌다. 한국교회에서는 이를 높이 평가하여 ‘이벽 요한 세례자와 동료 132위’의 시복 청원명단에 포함해 시복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둘째, 안중근 토마스 의사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두가 잘 알고 있듯이 역사학적 관점에서 보면 민족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하얼빈에서 암살한 민족의 영웅이다. 하지만 당시 조선의 뮈텔 주교는 박해의 세월을 견디면서 순교로 갓 피워낸 조선 교회를 지키기 위해 안중근이 천주교인임을 부정했다. 교회의 가르침을 배반하고 살인이라는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저질렀기에 비록 영세는 받았지만 더 이상 하느님의 자녀가 아니라고 하였다. 그 이후로도 한국교회에서의 안중근에 대한 평가는 큰 변화가 없다가 2000년대 들어서야 재평가 요구가 제기되고, 일부 진보적인 사제분들에 의해 공론화됨으로써 이제는 안중근 토마스 의사가 천주교인임을 떳떳하게 말하는 신자들이 많이 생겼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한 분은 반국가적인 방법으로 교회와 신자들을 지키려 했고 한 분은 국가를 위해 교회의 가르침과는 달리 살인이라는 방법으로 국가를 지키려고 했다. 세속적인 측면에서는 어떤 행위를 시대적 상황을 배제하고 절대적인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어떠한 시대적 상황에서도 지켜야 하는 절대적 진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진리를 우리 인간이 완전히는 깨닫지는 못하겠지만….

그러기에 오늘도 나는 ‘아집에 사로 잡혀 독선적 신앙에 빠지는 오류를 범하지 않게 해 주소서’라며 주님께 기도한다.

김진홍 베드로,제2대리구 초월본당